‘유가 100달러 시대’ 오기 어려운 이유
월스트리트저널 ‘10가지 이유’ 소개
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공급이 충분해 유가 100달러 시대는 오지 않거나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금융 칼럼 전문사이트 ‘브레이킹뷰스’를 인용해, 유가 100달러가 어려운 10가지 이유를 소개했다.
첫째는 전세계 석유 공급이 풍족하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석유 비축량이 6월 말 42억배럴로 사상 최대치에 가깝다고 밝혔다.
둘째로는 석유 매장량 역시 풍부하다는 점이 꼽힌다. 비피(BP)는 전세계에서 확인된 매장량이 1조4천억배럴로, 지난 10년간 12%나 늘었다고 밝혔다. 집계에서 제외된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오일샌드의 석유 매장량(1조7천억배럴로 추정)까지 합하면 앞으로 100년간 현재 수준의 산유량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은 발전된 채굴기술로 인한 생산량 증가다. 고유가로 유전 숫자가 3년 전에 견줘 45%나 늘었다. 채굴 과정에서 유실되는 석유 또한 줄어들고 있다.
석유 생산원가가 여전히 낮아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 거대 석유업체들의 채유비용은 배럴당 4~9달러 수준이다. 가장 많이 드는 캐나다의 오일샌드도 30달러이다. 유가 폭등을 불러올 수 있는 이란의 산유량 감축 우려 또한 낮다. 핵개발 의혹을 둘러싼 마찰이 격화하더라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이란으로선 국내총생산의 50%를 벌어들이는 석유 생산의 감축이 경제적 자살행위에 가깝다.
이밖에 고유가로 인해 석유 수요가 정체되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석유 수요는 1.3%, 전세계 수요는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각국 정부가 석유 보조금을 줄이고 있는 점, 석유가 가스에 견줘 값이 13배나 비쌀 정도로 지나치게 올랐다는 점도 수요 감소와 가격 억제 전망을 뒷받침한다.
아홉째 이유는 달러 약세로 유가가 부풀려졌다는 점이다. 지난 8월22일 이후 달러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8% 하락했지만, 유가는 40%나 올랐다. 마지막으로 석유로 쏠리는 국제자본의 상당수가 단기적 차익을 노린 ‘핫머니’로 보인다는 게 이 글의 분석이다. 석유 쪽으로 몰려든 투기자본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석유 선물에 투자한 자금은 지난 8월에 견줘 50%나 늘어났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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