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장기체류 외국인을 잡아라”
10년새 50% 늘어 새 고객층으로 부상…
포인트카드 등 다양한 마케팅기법 동원
포인트카드 등 다양한 마케팅기법 동원
일본 도쿄에 사는 주부 김하영(47)씨는 매달 이세탄 백화점으로부터 ‘아이클럽뉴스’라는 한글 카탈로그를 우송받고 있다. 이 클럽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3천~5천엔 이상 상품을 현금으로 구입하면 5% 할인해준다.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공항에서 소비세 5%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를 일본 체류 외국인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이세탄은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미국인 등 외국인 직원들을 채용해 외국인 고객의 다양한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일본에서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전했다. 법무성 입국관리국의 통계를 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등록자 수는 208만명에 이른다. 10년 전에 비해 약 50%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일본인의 인구 증가는 1.5%에 그쳤다. 외국인들의 구매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 업체들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사업 기회다. 인구감소 시대로 접어든 일본은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외국인 대상 사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형 백화점 다카시마야의 신주쿠점은 지난 10월 하순부터 일본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포인트 카드를 발행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도 표기해 외국인 가입의 문턱을 낮췄으며, 외국인 통역 직원도 채용했다.
파소나그룹의 자회사인 파소나글로벌은 이달 중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나 유학생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일본 기업 취업·전직 설명회를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 열었다.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있는 일본 현지 기업의 구인정보를 소개해온 수준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계열의 개인 대상 금융회사 ‘GE 컨슈머 파이낸스’는 지난해 3월 외국인용 주택 대출을 시작했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대체로 영주허가가 있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회사는 일본 밖의 그룹 계열사와 손잡고 고객의 모국내 변제 실적 등 신용정보를 참조해, 영주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준다. 초저금리가 계속되는 일본에서는 주택 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에 자기 집을 보유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일 외국인들이 여러 군데 흩어져 살기 때문에 기존에 외국인을 겨냥한 사업을 해온 업체들이 새로운 사업 발상을 짜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재일 브라질인을 겨냥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해온 인포닉스(나고야 소재)는 이달 유럽과 미국, 아시아 대상 국제전화 요금을 월 30시간 상한의 정액제로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신업체 아이피에스는 재일 필리핀인들을 겨냥한 구인광고를 지난해 7월부터 내보내고 있다. 월 2회 발행하는 정보지에 약 60개사가 광고를 실었다. 제조업체 이외에 집안일 도우미나 청소대행업체 등이 참가하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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