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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부르는 게 값’ 중국 미술시장도 거품 논란

등록 2007-11-28 22:52

경매시장에서 3천만~4천만위안을 호가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의 서첩 〈매지첩〉
경매시장에서 3천만~4천만위안을 호가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의 서첩 〈매지첩〉
왕희지 서첩 등 잇따라 경매 최고가 경신…
뭉칫돈 투기장 방불
중국 미술품이 경매시장에서 잇따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도자기에서 시작한 중국 미술품 구매 열기가 현대화를 거쳐 고서화에까지 불어닥쳐 주요 경매시장에서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형국이다. 중국의 주식처럼 미술품 시장에도 거품이 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명나라 때의 서화 〈적벽도〉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경매에서 중국 서화 사상 최고가인 7952만위안(약 97억원)에 낙찰됐다. 이는 지난 5월 4032만위안에 팔린 중국 현대화가 천이페이의 작품 〈황허쑹〉의 두배에 가까운 액수다. 명나라 중기의 화가로서 ‘오문화파’의 대표적 인물인 추잉이 그린 이 서화는 신해혁명 이후 민간으로 넘어가 80년 동안 비밀리에 소장돼 오다 이번에 경매에 나왔다.

추잉의 〈적벽도〉는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의 배경인 적벽의 유유자적한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중국에서도 국보급으로 친다. 랴오닝박물관과 상하이박물관에 소장된 2점을 포함해 모두 3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경매된 적벽도는 가로 129㎝, 세로 23.5㎝의 종이에 그린 것으로, 석양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노니는 나룻배의 모습을 담았다. 이 〈적벽도〉를 사간 이는 미술을 애호하는 한 중국인 기업가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의 서예가 왕희지의 서첩 〈매지첩〉이 경매시장에서 3천만~4천만위안을 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지금까지 이뤄진 중국 서예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500만위안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길이 25㎝, 너비 5.3㎝의 종이에 모두 17자가 적힌 〈매지첩〉은 왕희지가 여동생을 기려 쓴 것으로 추정된다. 호가대로라면 낮게 잡아도 글자 하나가 우리돈으로 1억원을 넘는 셈이다. 〈매지첩〉은 1200년 전 중국에 파견된 견당사에 의해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왕희지는 중국 서예의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서예가다. 예부터 내려온 서예의 표현법을 집대성해 △해서 △행서 △초서의 3체를 완성했다. 현존하는 왕희지의 진본 필체는 극히 찾기 어렵다. 당대 서예가들이 베낀 모사본도 20여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사본은 타이베이 고궁박물관과 베이징, 상하이 등에 흩어져 있는데, 이 가운데 4점 가량이 일본에 남아 있다고 한다.

현대미술도 상한가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선 중국 현대화가 차이궈창의 작품이 7420만홍콩달러(약 88억7500만원)에 팔려, 중국 현대미술의 최고 낙찰가를 경신했다. 2001년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담 당시 불꽃놀이를 종이 위에 재현한 이 작품은, 중국이 종이와 화약을 발명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매시장에서 중국 현대미술의 최고가 기록은 지난 4월 7200만홍콩달러(86억1000만원)에 팔린 동양화가 쉬베이훙의 작품이 갖고 있었다.

중국 미술품 시장의 이런 활황에 대해 일각에선 투기성 거품을 우려한다. 미술품이 주식이나 푸얼(보이)차처럼 투자 대상으로 변질되면서 뭉칫돈이 흘러들어가 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민대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한 한국인 서예가는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실제보다 10배 넘게 비싸게 팔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경매 낙찰가가 실제 구매가로 이어지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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