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지엠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선 도요타의 새해 행보에 세계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2008년 전세계적으로 985만대의 자동차를 팔겠다고 말하고 있다(왼쪽). 인기 높은 미국의 자동차경주대회 나카스에 출전한 도요타의 캠리(가운데). 중국 텐진의 도요타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오른쪽). 텐진 나고야/AP 연합
지난해 951만대 생산…만년 세계 1위 지엠 따돌려
하이브리드차 모든 모델로 확대…리튬전지도 양산
자동차경주대회 참가 등 미국인 반감 줄이기 총력
하이브리드차 모든 모델로 확대…리튬전지도 양산
자동차경주대회 참가 등 미국인 반감 줄이기 총력
1931년부터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76년 만인 2007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왕좌를 내주었다. 1908년 자동차의 보급을 선도한 ‘T형 포드’의 발매를 시작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던 미국차가 일본차에 추월당했다. 도요타는 고유가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친화 기술 개발과 현지화 강화로 세계 1위 굳히기를 서두르고 있다.
■ 1천만대 생산 초읽기=아직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도요타의 2007년 생산대수는 2006년보다 5% 늘어난 951만대로, 미국 지엠의 926만대를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판매는 6% 늘어난 936만대로 추정된다. 도요타는 자회사인 다이하쓰공업과 히노자동차를 포함해,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5% 증가한 985만대로 늘려잡았다. 생산목표도 5% 늘어난 995만대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1일 신년사에서 연구개발, 제조, 사회공헌 등 기존의 3대 슬로건 외에 환경문제 대응을 올해 활동목표에 포함시켰다. 도요타 환경전략의 핵심은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확대이다. 지난해로 생산된 지 10년을 맞은 하이브리드차의 누계 판매는 125만대에 이른다. 와타나베 사장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억제 효과가 500만톤에 이른다”며 “2010년대 초반에 하이브리드차의 연간 판매를 100만대로 끌어올리고, 모든 모델에서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도요타는 또 기존의 니켈수소보다 많은 양의 충전이 가능하지만 폭발 우려로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리튬전지의 양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리튬전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기콘센트에서 충전을 할 수 있는 진화형 하이브리드차(PHV) 개발도 진행 중이다. 양산되는 리튬전지를 진화형 하이브리드차에 탑재한다는 게 도요타의 장기 계획이다.
■ 현지화로 역풍 뚫기=세계 1위로 올라선 도요타의 가장 큰 고민은 미국 시장의 역풍이다. 도요타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왔지만 미국의 자존심 지엠을 누르고 1위 자리를 빼앗은 이상 미국인들의 반감은 불가피하고, 1980~90년대 미-일 자동차 마찰의 재연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 등 미국의 빅3이 도요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어 미국인들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며 아직 노골적인 견제 움직임은 없지만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빅3는 지난해 10월 도쿄 모터쇼 개막 직전 “엔화의 평가절하로 일본차의 수출 경쟁력이 향상됐다”며 미국 정부에 엔약세 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또 11월에는 도요타가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보다 인기 있는 자동차경주대회 나카스에 처음 참가한 것에도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미국 진출 51년째를 맞은 도요타는 현지화 전략의 다양화로 이런 역풍을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도요타가 미국 업체들의 견제에도 나카스 출전을 고수한 것도 미국 업체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본 업체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다. 도요타는 완성차 공장이 있는 텍사스의 농구 구단인 ‘휴스턴 로키츠’의 홈 경기장 이름을 1억달러에 구입해 ‘도요타 센터’라고 붙였다.
이밖에 인기 배우인 톰 크루즈 주연 영화에 도요타 기술진이 디자인한 ‘미래의 렉서스’를 제공하는 등 할리우드 영화도 파고들고 있다. 아울러 현지 공장 운영이나 신입 사원 교육에선 강의형인 일본식 대신 미국식의 대화중시 방식을 도입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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