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다음날인 2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가 장 초반 323포인트나 하락했다가 전날에 비해 30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폐장하자 한 주식거래인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반면, 전날 미 연준의 금리인하 재료를 소화했던 유럽 증시들은 이날 급락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한 거래인이 하락하는 증시지표를 뒤로 한 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 프랑크푸르트/AP 연합
‘신자유주의’ 논란 왜?
‘미 재정투입·금리인하’ 다른나라에 부담
고삐 풀린 금융자본 규제 숙제로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촉발한 금융 위기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금융시장 시스템의 취약성이 ‘임계치’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식 세계화의 첨병인 ‘고삐 풀린 금융자본’의 세계 시장 교란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낙관적 견해를 보인 논자들도 최근 이상기류의 핵심원인으로 지난 수년을 흥청망청한 분위기로 이끈 ‘유동성 잔치’를 지목한다. 미국의 낮은 금리와 금융 세계화, 대형 금융기관들의 앞뒤 안 가리는 투자와 대출의 결과다. 매킨지 글로벌연구소 집계로, 주식·예금·채권 등 핵심 금융자산 규모는 2005년에 140조달러로 세계 총생산의 세 배를 넘어섰다. 지금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갖은 파생상품 개발도 투자 붐을 이끌었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크게 성장한 금융 자본주의가 바야흐로 최고 절정기를 구가하며 세계적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산 저가품의 범람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최근 5~6년 고성장-저물가를 뜻하는 ‘골디락스’를 누렸다. 금융자본은 자체가 세계화됐을 뿐더러 기술·생산요소의 세계적 이동을 이끈 세계화의 ‘일등공신’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경제 블록이 도하개발의제(DDA) 등 무역자유화 논의에서 금융시장 개방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이 부문의 경쟁력에 바탕한 이윤 추구 동기 때문이다. 이에 적극 찬동하는 이들은 자본의 적절한 배분이 시장 효율성을 키우고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교과서적’ 주장을 해 왔다.
이렇게 통제되지 않은 투자 붐은 미국 주택시장의 금융부실을 키웠다. 쉽게 갖다 쓰는 ‘이지 머니’가 주택경기를 한창 띄웠다가 거품이 꺼지는 바람에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세계적 차원에서도 신흥시장 주가가 지난해 5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해 거품 논쟁에 본격적인 불이 붙었다. 미국 경제는 이 와중에 값싼 돈과 달러 헤게모니, 신흥개발국들의 미국 채권 구매로 윤기가 흘렀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제성장의 91%를 소비가 이끈 게 이를 입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금융자본의 질주 정도가 20세기 초 금융공황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자본의 영향력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만 다르다. 그러나 ‘때가 이르렀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조지 소로스가 “자업자득”이라고 한 것처럼, 미국에서부터 경색이 일어나 금융자본의 총본산인 월가가 많은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문제는 고통스런 조정의 부담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납세자들도 짊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막대한 재정 투입과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로 경착륙 예방에 나서자 곳곳에서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자본이 주도한 세계화는 정치·사회적 반발도 불렀다. 투자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의 기업사냥과 각국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노동-자본의 이익 배분율은 노동 쪽에 가장 불리한 상태로 가고 있다. 경제 주권을 염려하는 쪽의 불만도 커졌다. 세계화는 ‘위기의 세계화’도 뜻한다. 이런데도 적자를 기록한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은 천문학적 보수를 즐겨 지탄을 사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전 아엠에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금융자본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현 상황은 “(유독가스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쓰이는) 광산의 카나리아”와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고삐 풀린 금융자본 규제 숙제로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촉발한 금융 위기의 근본적 해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금융시장 시스템의 취약성이 ‘임계치’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식 세계화의 첨병인 ‘고삐 풀린 금융자본’의 세계 시장 교란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에 낙관적 견해를 보인 논자들도 최근 이상기류의 핵심원인으로 지난 수년을 흥청망청한 분위기로 이끈 ‘유동성 잔치’를 지목한다. 미국의 낮은 금리와 금융 세계화, 대형 금융기관들의 앞뒤 안 가리는 투자와 대출의 결과다. 매킨지 글로벌연구소 집계로, 주식·예금·채권 등 핵심 금융자산 규모는 2005년에 140조달러로 세계 총생산의 세 배를 넘어섰다. 지금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갖은 파생상품 개발도 투자 붐을 이끌었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크게 성장한 금융 자본주의가 바야흐로 최고 절정기를 구가하며 세계적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여기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산 저가품의 범람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는 최근 5~6년 고성장-저물가를 뜻하는 ‘골디락스’를 누렸다. 금융자본은 자체가 세계화됐을 뿐더러 기술·생산요소의 세계적 이동을 이끈 세계화의 ‘일등공신’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경제 블록이 도하개발의제(DDA) 등 무역자유화 논의에서 금융시장 개방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이 부문의 경쟁력에 바탕한 이윤 추구 동기 때문이다. 이에 적극 찬동하는 이들은 자본의 적절한 배분이 시장 효율성을 키우고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교과서적’ 주장을 해 왔다.
주요 증시 하락 추이
이렇게 통제되지 않은 투자 붐은 미국 주택시장의 금융부실을 키웠다. 쉽게 갖다 쓰는 ‘이지 머니’가 주택경기를 한창 띄웠다가 거품이 꺼지는 바람에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세계적 차원에서도 신흥시장 주가가 지난해 5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해 거품 논쟁에 본격적인 불이 붙었다. 미국 경제는 이 와중에 값싼 돈과 달러 헤게모니, 신흥개발국들의 미국 채권 구매로 윤기가 흘렀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제성장의 91%를 소비가 이끈 게 이를 입증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금융자본의 질주 정도가 20세기 초 금융공황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자본의 영향력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만 다르다. 그러나 ‘때가 이르렀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조지 소로스가 “자업자득”이라고 한 것처럼, 미국에서부터 경색이 일어나 금융자본의 총본산인 월가가 많은 적자에 휘청이고 있다. 문제는 고통스런 조정의 부담을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납세자들도 짊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막대한 재정 투입과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로 경착륙 예방에 나서자 곳곳에서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자본이 주도한 세계화는 정치·사회적 반발도 불렀다. 투자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의 기업사냥과 각국의 규제완화에 힘입어 노동-자본의 이익 배분율은 노동 쪽에 가장 불리한 상태로 가고 있다. 경제 주권을 염려하는 쪽의 불만도 커졌다. 세계화는 ‘위기의 세계화’도 뜻한다. 이런데도 적자를 기록한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은 천문학적 보수를 즐겨 지탄을 사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전 아엠에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금융자본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현 상황은 “(유독가스가 있는지 알아보는 데 쓰이는) 광산의 카나리아”와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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