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발급률 감소…상환불능 210억달러
업체들 발급요건 강화·정리해고 비상경영
업체들 발급요건 강화·정리해고 비상경영
모기지 위기에 이어 신용카드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신용카드 사용자들의 디폴트(상환불능)가 늘어나는데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신용카드의 발급과 사용이 급속히 줄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로서는 손실액이 늘고 매출이 급감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신용카드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은행산업에 또다른 막대한 손실 위협이 드리우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미국 신용카드 회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210억달러 규모의 신용카드 디폴트로 손실을 입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후년 상반기까지 최소 550억달러의 추가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손실 합계가 신용카드 미불채무 총액의 5.5%에 이르며, 2001년 닷컴거품 붕괴 직후의 7.9%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티그룹 최고재무책임자인 게리 크리텐든은 “실업이 계속 늘면 신용카드의 불량채권 순상각손실은 사상 최고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미국의 신용카드 소비문화도 위축되면서, 신용카드 업체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지금 사고 나중에 지불하는’ 데 익숙하던 많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사용을 크게 줄일 태세다. 소비자들이 가스, 식료품 같은 기초생활비조차도 신용카드로 결제를 삼갈 정도다. 신용카드의 온라인 발급 신청은 5분기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 재무부는 소비자에게 양호한 신용상태 유지법을 가르쳐주는 ‘불량신용 호텔’이라는 온라인게임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용카드 업계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온갖 혜택을 없애는 등 손실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등 대형업체들은 신용카드 발급 요건 강화, 고위험 소비자 분류, 휴지 상태 계좌 폐쇄, 신용한도 축소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고급 소비자를 겨냥해온 아메리칸익스프레스조차 신용대출의 실질이자율을 2~3%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8일 미국의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 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8로 급락해, 1974년 오일쇼크 당시의 최저치 43.2를 갈아치웠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