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추이·전세계 외환보유고 추이
달러 기축통화 체제 글로벌 불균형 원천 인식 확산
각국 유로·위안·엔 등 외화자산 교체 움직임 뚜렷
각국 유로·위안·엔 등 외화자산 교체 움직임 뚜렷
국제 금융자본의 원조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창시자 마이어 암셸 로스차일드는 “나에게 국가 통화 공급 통제권을 준다면, 누가 법을 만드는지 따위는 개의치 않겠다”라고 말했다. 마이어의 말처럼 미국은 세계의 통화인 달러 발권력을 쥐고, 세계를 지배해 왔다. 이 달러 패권에 지금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25일 미 외교협회에서 달러를 대신하는 새로운 세계 준비통화를 만들자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제안에 대해 “우리는 아주 열려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날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 심지어 가이트너 장관 자신까지 나서 중국 쪽 제안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가이트너가 다른 입장을 전하자,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외교협회 모임을 주재하던 로저 앨트먼 전 재무부 차관은 가이트너가 “달러가 세계의 지배적 준비통화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도록 했다. 가이트너의 해명이 나오기까지 짧은 시간동안 달러는 유로 대비 1.3%나 급락했다.
가이트너 발언을 둘러싼 요동은 현재 달러가 살얼음판 위에 서 있다는 교훈을 준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신문은 “현재 금융위기는 수많은 근본적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며 “준비통화는 그 중의 하나”라고 평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정책이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금융경색이 타개되지 않자, 달러를 더 찍어 유통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악화와 맞물릴 경우 달러 체제의 운명을 가늠하지 못할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더 근본적 배경은 현재의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금융위기를 야기한 글로벌 불균형의 원천이라는 우려이다. 저우 총재는 “다른 나라들이 계속 미 달러에 돈을 묻어둠에 따라 연준이 낮은 이자율을 장기적으로 지속해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우는 무책임한 통화정책을 계속 추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준비통화체제의 대표적 개혁론자인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주 상하이 연설에서 “세계의 현금이 미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아시아 각국 등은 1997년 외환준비고 유동성 부족에서 발생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참화를 겪고 나서는 달러를 더욱 축적해, 이런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각국은 대개 1% 남짓의 이자를 주는 미 단기국채를 매입한다. 이 돈을 다른 경제개발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이런 개발도상국의 기회비용이 1년에 3천억달러나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이 각국으로부터 빨아들인 돈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해 주는 방식으로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저우 총재는 “특정 국가에 소속되지 않는 준비통화로 바꾸는 것은 모든 나라들의 경제 운용을 나아지게 하고, 기존 준비통화국가들에게도 통화정책과 환율 운용에 자유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유로·위안·엔 등 다른 통화로 외화자산을 교체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달러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부양에 성공하지 못하고, 달러의 가치 하락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낳는다면, 달러 패권의 운명은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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