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준·영란은행 돈풀기 정책 ‘잘못’…10년 내 또 위기 불러”
“버블 낳은 통화팽창 되풀이…초인플레 우려”
원자재 위주 거품 조짐…‘인플레펀드’도 등장
“버블 낳은 통화팽창 되풀이…초인플레 우려”
원자재 위주 거품 조짐…‘인플레펀드’도 등장
금융위기가 끝났다는 낙관적 전망이 커지지만, 금융위기 대책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는 2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와의 싸움에서 너무 앞서 나갔다며 이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중앙은행들이 했던 것들을 돌려놓아야만 한다”며 “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조처의 범위와 영란은행의 방식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는 독립적인 중앙은행 정책과 합리적인 정책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10년 안에 정확히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 연준 등 중앙은행들이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밀어붙인 급격한 돈풀기 정책이 결국 또 다른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것이란 비판이다.
메르켈 총리는 금융위기 발발 때부터 ‘현재 금융위기가 지나친 유동성 공급으로 발생한 것인데, 세계 각국이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이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다’고 비판해왔다. 이날 그의 비판은 그 연장선상이나 각국 중앙은행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독일에서는 정치권이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메르켈은 유럽연합의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을 직접 거론하며 “국제압력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난했다. 이는 유럽중앙은행이 600억유로(8850억달러)의 회사채를 매입하기로 한 결정을 겨냥한 것이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인 악셀 웨버도 최근 유럽중앙은행 이사회에서 너무 관대한 통화정책이 과거의 자산거품을 쌓았는데 현재 너무 느슨한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원자재를 중심으로 일부 자산이 거품 조짐을 보이자, 인플레에 수익을 연계하는 펀드도 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경제에서 극단적인 사건들의 효과를 분석한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컬러스 탈렙이 관여하는 유니버사투자는 초인플레에 베팅하는 인플레이션펀드를 발매했다. 유니버사는 지난해 시장의 붕괴 쪽에 베팅을 하는 펀드를 운용해 100%의 수익을 올렸다. 인플레이션 펀드는 원자재와 석유시추회사 및 금광회사의 옵션에 투자해, 인플레와 금리가 오를 경우 큰 수익을 얻도록 설계됐다. 탈렙은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공격적인 조처는 불가피하게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폭등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인플레 우려는 때이르다는 반론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분석가들을 인용해 “인플레는 소비자의 지출이 회복될 때까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몇년이나 걸릴 것이다”고 전했다. 최근의 원자재값 상승은 지난 연말 이후 폭락에 대한 조정으로 제자리를 찾은 것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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