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의 미국채 보유
16일 브릭스 첫 정상회담 ‘G7 대항마’ 구상
SCO 정상회의서 중앙아시아와 안보협력 강화
SCO 정상회의서 중앙아시아와 안보협력 강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6일부터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4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베이징을 출발했다. 이른바 ‘브릭스’(BRICs)로 불리는 이들 4개국은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 구상을 논의하는 등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 주석은 브릭스 정상회담에 앞서 역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후 주석은 이어 슬로바키아와 크로아티아도 순방한다.
후 주석의 숨가쁜 일정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의 전략외교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상하이협력기구 결성을 주도해 이 지역의 정치적 맹주임을 과시한 중국은 브릭스 정상회담을 통해 신흥경제국의 대표라는 위상을 굳히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을 안보협력으로 포섭하고, 세계경제 질서 재편을 주도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중국은 브릭스를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이른바 ‘주요 7개국’(G7)에 대항하는 ‘경제동맹’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열린 두 차례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일관되게 신흥경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몫을 자임한 바 있다. 브릭스가 경제동맹으로 발전할 경우 세계경제는 선진국과 신흥경제국이라는 구도로 분할된다. 이들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는 구도도 예상된다.
브릭스의 영향력은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인도는 여전히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든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짐 오닐은 “브릭스의 전체 지디피가 애초 예상보다 10년 가까이 이른 2027년께 선진 7개국(G7)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야심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에선 러시아가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한 ‘슈퍼통화’ 구상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중앙은행장을 통해 달러를 대체할 슈퍼통화 구상을 밝힌 중국은 이미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키우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브릭스는 최근 미국 국채를 내다 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공연히 달러 패권에 흠집을 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미국채를 매각해 국제통화기금(IMF) 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브라질도 외환보유고에서 미국채를 줄이고 국제통화기금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3월 말 현재 미국채의 33%를 보유하고 있는 브릭스가 이를 한꺼번에 내다 팔 경우 달러는 치명타를 받게 된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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