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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사면초가 미 연준, 여론 뭇매 의회 견제

등록 2009-11-23 18:52수정 2009-11-24 13:55

금리정책 의회감사 의무화 추진…은행감독권 박탈 법안도 발의중
아이러니다. 1913년 탄생 이후 한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대공황으로 막강한 권한을 얻게 됐지만, 80년 만에 찾아온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로 이번엔 권한이 크게 위축될 상황에 놓였다.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던 연준 의장은 이제 견제와 감독을 내세운 의회로부터 조직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됐다.

1980년대 초반부터 제안됐지만 의원들로부터 번번이 무시됐던 한 법안이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연준을 폐쇄하라>란 책을 내기도 했던 공화당의 론 폴 하원의원(텍사스)이 제출한 이 법안의 뼈대는 의회에 딸린 회계감사원(GA0)이 연준의 금리 조정과 대출 프로그램을 감독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찬성 43대 반대 26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엔 최소 307명의 하원의원과 30명의 상원이 지지한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상원에서는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 도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연준으로부터 은행 감독권을 다른 새로운 기관에 넘기고, 12명의 연방은행 총재 임명 과정에 상원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정치적 지형은 연준에 대한 대중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날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국인들의 단지 30%만이 ‘연준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지난 7월의 갤럽 여론조사를 빌어, 대중들이 연준에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노의 가장 큰 배경엔 월가에 대한 구제금융이다. 미국인들은 혈세로 연명한 월가가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도덕적 해이를 보인 데 분노했다. 또 연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실업률 등 경제적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연준을 향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의회의 움직임이 ‘포퓰리즘’에 불과하며,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는 20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하원의 법안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연준의 능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정치권의 압력에 놓이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 등 정치인들에게 인기 없는 통화정책이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달 3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재임명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는 연준의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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