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 위기에 빠진 그리스 정부가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1200억유로(약 13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파산을 면하는 게 국가적 한계선(red-line)”이라며 합의 사실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가 바뀌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큰 희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제금융안은 올해 450억유로를 포함해 3년간 1200억유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별국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번 합의로 그리스 정부는 오는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 90억유로를 해결할 수 있고, 위기의 전파 가능성 때문에 불안을 느꼈던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리스는 지원 대가로 공공부문 임금 동결과 상여금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축소, 증세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6%까지 증가한 재정적자를 2014년까지 3%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지난해 10월 재정적자 규모가 애초 전망치의 두 배로 드러나면서 디폴트(채무상환 유예) 위기로 빠져들었다. 지난해 정부부채는 2734억유로로 국내총생산의 115.1%를 기록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그리스는 그동안 지원 방안을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론을 미뤄왔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지난달 27일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낮추자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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