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골드만삭스 두둔·파생상품 규제완화 로비도
투자의 귀재로 세계 최고의 부호 가운데 하나인 워런 버핏(80)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의해 사기 혐의로 제소된 데 이어 뉴욕연방검찰의 수사 대상에까지 오른 골드만삭스를 두둔했다. 그동안 월가의 무책임한 투자 행태를 비판하며 건전한 윤리경영을 펼쳐 버크셔해서웨이 본사가 있는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이름을 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려온 버핏이지만, 이번 발언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버핏은 1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골드만삭스와 많은 만족스러운 거래를 해왔으며 로이드 블랭크 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그의 이 발언에 주주 및 청중들은 “대부분 침묵했다”고 전했다.
버핏과 골드만삭스의 인연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돈이 필요했는데 골드만삭스가 550만달러를 조달하도록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2008년 9월, 이번엔 미 금융위기로 골드만삭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버핏이 50억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기여했다. 물론 버크셔해서웨이도 골드만삭스의 주가 상승으로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골드만삭스가 미 증권거래위로부터 제소당하자 하루 만에 10억달러 이상의 평가손을 입었다. ‘그의 평가가 객관적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난 또다른 행적도 ‘현인’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평소 월가의 파생금융상품이 ‘대량살상 금융무기’라고 경고하던 버핏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중인 금융규제 법안 가운데 파생상품 규제 완화 조항을 넣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고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그가 로비에 실패한 조항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파생상품 손실에 대비한 80억달러의 유보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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