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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그리스 ‘복지국가 꿈’ 쓰디쓴 비극으로

등록 2010-05-03 19:54수정 2010-10-29 16:46

그리스 구제금융 부른 파판드레우의 비애
독립·민주화 이끈 엘리트가문 3대가 총리 6번 역임
좌파 업고 집권뒤 개혁 실종…기득권층에 휘둘려




파판드레우 가문이 그리스를 위기로 내몬 걸까, 그리스가 파판드레우 가문에 비운을 안긴 걸까?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 승리 뒤, 공공부문 임금 인상 등 재정지출 확대를 공언했다. 일부에서 긴축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를 덴마크형 복지국가로 만든다는 포부였다. 중도 좌파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을 이끌면서 국제 좌파 정당들의 모임인 사회주의인터내셔널 의장까지 지낸 총리다운 방향 제시였다.

그러나 취임초 국가부채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나며 그의 약속은 부도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일, 그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1100억유로(약 163조원)를 받기로 했다는 텔레비전 연설에 나섰다. 복지국가의 꿈은 사라지고 공공부문 임금 동결과 연금 삭감, 증세, 고용 유연화 등의 불안이 그리스를 엄습하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집권에는 사회민주주의 정책에 대한 지지도 한 몫을 했지만, 3대째 내려오는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기대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전통적 지지층한테도 버림받을 상황에 처했다.

파판드레우 총리와 이름이 같은 그의 할아버지는 세 차례(1944~45, 63, 64~65년) 총리를 역임했다. 독립과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그의 할아버지는 1967년 군사쿠데타로 가택연금됐다가 숨졌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아버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도 두 번(1981~89, 93~96년) 총리를 지냈다. 3대에 걸쳐 여섯 번째 총리를 맡은 것이다. 선거 때 파판드레우 총리 지지자들은 “안드레아스는 살아있다”고 외쳤다. 그만큼 이 가문은 그리스의 현재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파판드레우 총리로서는 정권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 곳간을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비난을 당장은 피할 수 있다. 그는 보수 야당인 신민주당의 5년반 통치가 나라 살림을 망쳤다며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그도 ‘가문의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특히 논란이 많은 건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의 집권기다. 안드레아스는 미군 철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생산수단 사회화 등 비동맹·진보 노선을 내세워 집권했지만 친미 노선을 버리지 않고 급진적 사회개혁에도 착수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현실주의 노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절의 부실기업 염가 매각, 선심성 정책, 부패구조 온존 등이 오늘날 그리스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독일 등이 애초 그리스 지원에 난색을 보인 데에는, ‘흥청망청한 그리스인’들을 돕는 데 세금을 쓸 수 없다는 유권자들의 반발이 작용했다.

안드레아스에게 자문을 해줬던 제임스 페트러스 빙햄턴 뉴욕주립대 교수는 <알자지라> 인터넷판 기고에서 파판드레우 가문의 통치를 “그리스의 비극적 어릿광대극”이라고 깎아내렸다. 대대로 민족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가치를 내걸고 집권했지만 강대국과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켜주는 결과만을 낳았다는 것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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