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IMF ‘돈 풀기’ 대책 임시방편에 불과
“국내시장, 유럽발 위기요인에 당분간 노출”
“국내시장, 유럽발 위기요인에 당분간 노출”
확신일로를 걷던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이 10일 진정 양상을 보였지만, 시장의 평가는 “위험요인이 사라진 게 아니다”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유럽과 국제사회의 ‘돈 풀기’ 대책이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렸지만, 취약한 유럽의 재정·금융 시스템과 이로 인한 세계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대규모 구제기금안을 내놓은 뒤 유럽과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안전자산 선호 탓에 치솟던 달러화 가치도 약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과 국내 전문가들은 일단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머뭇거리던 유럽이 예상보다 강력한 비상대책을 내놓은 게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변동성은 어느 정도 이어지겠지만 ‘리먼 사태’처럼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일본 등 유럽 외 주요국들의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 대부자’로서 나선 것 등이 위기 확산을 막는 안전판 구실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들은 발빠르게 시장불안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재무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유로지역 정상들이 가능한 모든 조처를 취하기로 결의한 것과 최대 50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대책을 환영한다”며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임을 강력히 약속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금융시장 충격은 이처럼 진정되더라도 위기 재발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지 등 다시 시장불안을 불러일으킬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재정 건전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또 천문학적인 구제기금 재원을 과연 마련할 수 있을지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조처는 유로연합 자체가 깨질 위기에 처하니까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은 것”이라며 “유로존 전체의 역내 불균형 해소 구조적인 재정안정 대책 등 중장기 과제가 삐걱거리면서 언제든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이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시장은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적잖은 부담”이라며 “유럽발 불안요인에 좌우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회승 김수헌 최혜정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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