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순위 조작” 제소받아
유럽연합(EU)이 미국 인터넷업체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구글을 제소한 쪽에는 이미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관련 업체들이 끼어 있어 ‘엠에스 사주설’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30일 구글이 검색순위를 조작해 경쟁업체들을 밀어내려고 시도한 게 부당한 독점행위라는 진정을 검토한 끝에 조사 착수를 선언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가격 비교 사이트 등이 잘 검색되지 않도록 순위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은 구글이 자사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검색 화면에서 좋은 자리에 위치시켜 경쟁업체들을 따돌리려 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구글을 제소한 업체들에는 독일의 엠에스 계열사 치아오가 포함돼 있다. 치아오와 함께 구글을 제소한 영국 업체 파운뎀은, 구글에 비판적이면서 엠에스의 후원을 받고 있는 업계 단체 소속사다. 따라서 구글은 엠에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엠에스는 업체들의 제소 준비에 도움을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소를 지휘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럽 검색시장의 80%를 장악한 구글은 경쟁업체 서비스를 고의적으로 배제하지 않았고, 이들 사이트의 검색순위가 밀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거리 사진을 이용한 지도정보 서비스 ‘스트리트 뷰’가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유럽 국가들이 조사에 나서는 등 분위기는 구글에 우호적이지 않다.
업계에서는 부당한 독점행위라는 판정이 나오면 거액의 벌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엠에스는 피시(PC) 운영체제 윈도에 다른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면서 독점이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으로부터 10억달러(1조1530억원)가 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유럽연합은 반도체 업체 인텔에도 지난해 14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미국 거대 정보기술업체들에 ‘저승사자’ 구실을 해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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