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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빅2 ‘환율 힘겨루기’ 봉합…재점화 불씨 여전

등록 2010-12-24 20:04

미·중 주전선 형성…각나라 경쟁적 통화절하
“경제적 악영향 넘어 더 큰 위기 잉태” 경고
[2010년이 던진 21세기 화두 5]
① 스마트 혁명, 삶의 혁명 ☞
② 중국 굴기, 헤게모니의 혼란 ☞
유럽 연금 시위, 미래의 불안☞

④환율전쟁, 통화질서의 균형

“네 이웃을 털어라.”

2008년 금융위기 발생 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올해 환율전쟁이라는 복병의 급습을 당했다. 근린궁핍화 정책으로도 불리는 경쟁적 통화절하의 도미노가 전쟁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는 한편으로 수입을 억제해, 실업률을 낮추고 불황에서 탈출한다는 이 정책은 나만 살려고 이웃의 주머니를 터는 이기적 태도로 비난받아왔다. 하지만 불황의 꼬리를 물고 다시 찾아왔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지난 9월 “환율전쟁 시작”을 선언한 뒤 현상이 좀 더 분명해보였다. 위안화 가치를 두고 주전선을 형성한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일본, 한국, 브라질, 타이 등도 통화절상을 막는 조처에 나서며 환율전쟁은 세계적 차원으로 비화하는 조짐을 보였다. 신흥국들 화폐가 몇달 만에 10% 안팎의 절상을 기록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불만도 나왔다. 중상주의가 자유무역을 짓누르면 모두가 패전국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폭 흑자를 보는 중국에 대한 공격이 발화점인 환율전쟁의 이면에서는 또다른 노림수도 엿보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008년 10월 “한 나라(미국)가 지배하는 시대는 영원히 가버렸다”며, 금융위기가 미국의 유일 패권에 조종을 울렸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이런 상황인식 속에서 중국의 경제적 상승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노력은 패권 유지를 위한 방책으로 비쳤다.

미국은 그러나 해법을 논의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 6000억달러(약 690조원) 규모의 ‘양적 완화’를 발표해 우군을 잃고 만다. 그 전까지 미국, 유럽, 일본이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듯했지만, 달러가치를 낮춰 무역 경쟁국들을 불리하게 만드는 조처에 선진경제권 안에서 불협화음이 생겼다. 중국은 버티기에 성공했고, 미국은 판정패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1985년 일본과 서독 통화를 대폭 절상시키는 데 성공한 플라자합의는 재연되지 않았다. G20 정상들은 “경쟁적 평가절하 자제” 선언에 만족해야 했다.

환율전쟁이라는 말은 최근 쓰이는 빈도가 줄었지만 구속력있는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 언제든 재발하리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우선 미국의 쌍둥이(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워 중국의 양보로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욕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안보우산 밑에 있던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이나 서독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래도 파멸적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은 것은 중국은 미국이 최대 수출시장이고, 미국은 중국이 최대 채권국이라 서로를 포로로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케빈 러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에게 “당신이라면 당신의 은행가(중국)를 어떻게 강하게 다루겠느냐”며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년간 세계시장에 싼 물건을 대량 공급한 중국과, 이를 게걸스럽게 소비하던 미국의 환율 갈등이 두려움을 자아내는 것은 경제적 악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1930년대 금본위제 폐기로 통화질서가 무너지고, 이어 환율전쟁 결과로 대공황의 상처가 깊어진 것이 2차대전을 야기했다는 반성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2차대전을 교훈삼아 들어선 또다른 금본위제인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통화질서는 새 대안을 못 찾고 있다.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워싱턴쿼털리> 기고에서 금융의 팽창과 세계화가 위기를 불렀지만 각국은 정책 주권에만 집착한다며 “훗날 역사가들은 이런 태도가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고 적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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