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처음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7일 기준금리를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처음으로 올렸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으로서는 최초의 금리인상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에서 1.2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08년 7월 기준금리를 4.25%로 올렸다가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그해 10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포인트 낮췄다. 그 후 23개월간 1% 금리를 유지했다. 이번 금리인상은 33개월 만이다. 금융위기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등 금리인상이 잇따랐지만 기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금리인상은 유럽연합이 처음이다.
이번 유럽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견됐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위험에 ‘강한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이래 목표치인 2%를 넘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의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예상된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현 금리정책이 여전히 “매우 경기부양적”이라며 물가상승 위험을 “아주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통상 금리인상을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이 연내에 1~2차례의 추가적 금리인상을 실시해, 1.7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눈길은 이제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당장의 금리인상 시사는 나오지 않지만 오는 6월로 종료되는 2차 양적완화가 끝나면 미국도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가 이제 수명이 다해, 인상의 시기만 남았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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