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라디오 업체
상장 이틀만에 주가 폭락
“몸값 고평가” 인식 확산
페북·트위터에 ‘경고등’
상장 이틀만에 주가 폭락
“몸값 고평가” 인식 확산
페북·트위터에 ‘경고등’
판도라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미국 인터넷 라디오 업체 판도라미디어의 주가가 상장 하룻 만에 폭락하면서 거품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내실이 다져지지 않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대박을 노리고 상장했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동반 몰락한 10여년 전 나스닥시장 거품 붕괴가 아른거린다.
공모가가 주당 16달러인 판도라 주식은 거래 첫날인 15일 장중 5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뉴욕증권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이 회사 주식은 17.42달러로 공모가보다는 높은 선에서 이날 장을 마쳤다. 그러나 회사의 객관적 실상에 비춰 주가가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16일에는 13.26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하락률은 23.88%에 달한다. 인터넷주의 새 총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단 하룻만에 공모가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롤러코스터 주가에는 ‘객관적 실적과 전망을 따져야 한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가 역할을 했다. 투자회사 그린크레스트 캐피탈은 판도라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도 안되는 7.5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증시 분석가 리치 그린필드는 “판도라의 주가는 이익 전망과 경쟁업체들의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고평가돼있다”며 1년 목표 주가를 5.50달러까지 낮췄다. 판도라는 상장으로 일단 2억3490만달러(약 2555억원)를 챙겼지만 이런 전망대로라면 앞날이 캄캄하다.
판도라는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기업공개를 강행해 화를 자초했다는 말을 듣는다. 2000년 설립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광고를 수익원으로 삼고있는 판도라는 지난해 매출 1억378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18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9400여만명이라는 등록 회원 수도 경영실적을 어쩌지는 못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도라는 이용자들이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많은 로열티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사업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다, 갈수록 이동단말기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광고 게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경쟁자가 많고 진입 장벽이 낮은 업태라는 점도 부정적 성장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패작이 돼가는 판도라의 기업공개는 인터넷주 거품 논란도 촉발하고 있다. 2000~2001년 거품 붕괴로 추락을 맛본 인터넷업계는 최근 웹2.0 업체들의 부상으로 또다른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로서는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링크드인 주식도 판도라 주식 급강하의 영향을 받아 16일 8.5% 폭락했다. 판도라의 경험은 상장 기회를 엿보는 인터넷업계의 대형 신인들인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등에도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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