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3372억달러
석유업체 엑손모빌 제쳐
매출보다 성장세 주목
석유업체 엑손모빌 제쳐
매출보다 성장세 주목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의 욱일승천하는 기세가 또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 세계 최대 기업 엑손모빌을 제치고 가장 비싼 기업으로 등극한 것이다.
10일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주가가 2.8% 하락해 시가총액이 3372억달러(약 364조원)로 내려갔지만 에너지 업체 엑손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엑손모빌의 주가 하락 폭(4.4%)이 더 컸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로 급락한 국제유가가 엑손모빌 주가도 함께 끌어내렸다. 엑손모빌의 시가총액은 3308억달러로 애플보다 64억달러 뒤처졌다. 애플은 9일 장중 한때 엑손모빌을 앞지른 데 이어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1위에 올랐다. 애플은 지난해 4월에는 정보기술 업종에서 오랫동안 황제 대접을 받아온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가총액에서 앞질렀다.
애플의 엑손모빌 추월은 전통적 굴뚝산업에 견줘 정보기술 산업의 부상이 얼마나 극적인지를 보여준다. 석유 재벌 존 록펠러가 1870년 설립한 스탠더드오일이 모태인 엑손모빌은 최대 석유기업, 최대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줄곧 지켜왔다. ‘석유의 세기’인 20세기에 어울리는 패권이었다. 이 업체는 전자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과 시가총액 선두 자리를 다투다가 2005년 이후에는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었다.
반면 스티브 잡스 등이 1976년 피시(PC) 제조 업체로 공동 창업한 애플은 1997년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그러나 1985년 이사회가 축출했던 잡스가 12년이 지나 복귀하면서 애플은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회생의 기회를 맞는다. 애플의 몸값은 2001년 엠피3플레이어 아이팟 출시 이후로 40배, 2007년 아이폰 출시 뒤로 3배 뛰었다.
애플의 1위 등극은 매출 규모 등 실적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기반하고 있다. 2분기에 엑손모빌은 매출 1255억달러에 순이익 110억달러를 기록했고, 애플은 매출 286억달러에 순이익 73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매출 면에서 세계 최대인 엑손모빌의 순이익 증가율이 41%였던 데 비해 애플의 순이익 증가율은 125%나 됐다. 애플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키는 혁신적 제품을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애플은 사람들이 손에 쥐기 전에는 자신들이 그것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기기들을 고안해 왔다”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애플의 첫번째 성공 배경으로 꼽았다. 반면 엑손모빌은 경제의 석유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부정적 미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내년에는 휼렛패커드가 쥐고 있는 정보기술 업종 매출 1위 자리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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