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최고의 실업률로 고통 받는 스페인이 결국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뒤의 재침체)에 빠졌다. 스페인이 본격적으로 유로존 위기의 핵으로 등장하는 형국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스페인 통계청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로 집계했다고 30일 보도했다. 스페인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도 -0.3% 성장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2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에 빠졌다.
스페인 경제는 실업률이 24.4%까지 오를 정도로 암담한 상황에 빠져있다. 청년실업률은 50%에 달한다. 최근 구제금융 투입설까지 나돌았다. 지난 26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낮춘 신용평가사 에스앤피(S&P)는 30일 최대 은행 산탄데르 등 16개 스페인 은행의 신용등급까지 강등시켰다.
스페인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4위에 해당되는 나라기 때문에 다른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페인의 경제 규모는 구제금융이 투입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을 합친 것보다 크다. 스페인의 재침체 소식은 유로존 17개국 중 7개국이 이미 더블딥에 빠졌고, 유로존 밖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국 등 3개국이 같은 상황에 처한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선거로 집권한 스페인의 중도우파 정권은 누구보다 열심히 재정 긴축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는 게 옳은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정부는 국내총생산의 8.5%에 이른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의료와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을 깎았지만, 고용과 소비가 위축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여러 도시에서 긴축 반대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스페인 관리는 곧 100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마련해 올해 긴축 목표를 200억유로(약 30조원)로 늘릴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스페인과 영국 등의 더블딥 진입으로 고조된 긴축에 대한 논란은 오는 6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으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프랑스에서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표방하는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의 당선이 점쳐진다. 구제금융 투입 뒤 처음인 그리스 총선에서는 연립정부를 구성해 긴축 정책을 편 사회당과 신민당이 극우정당 등의 약진에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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