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0 19:53
수정 : 2016.05.10 20:47
21만4000개…실소유주 등 실명 밝혀
네바다주 등 21곳 조세회피처 활용
SK해운 “정상적인 기업 활동”
피케티 등 “조세회피처 종식” 촉구
전세계 조세회피 기업들의 명단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8곳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9일(현지시각)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포함된 역외기업과 신탁회사, 재단, 펀드 등 거의 21만4000개에 가까운 명단과 데이터베이스를 인터넷 누리집에 공개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역외에 기업을 설립하는 조세회피처로 활용된 곳은 미국 네바다주와 델라웨어주, 홍콩,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21곳에 이르렀다.
탐사보도협회는 이번 데이터는 지금까지 공개된 조세회피 역외기업과 개인들에 관한 정보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지난해 봄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파나마의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입수한 조세회피처 자료인 1150만건의 ‘파나마 페이퍼스’ 중 극히 일부로, 해당 기업의 실제 소유주, 대리인, 중개인 등의 실명이 포함돼 있다. 탐사보도협회는 파나마 페이퍼스와 별개로 2013년 조세회피 의혹 취재로 입수한 10만여개의 역외기업 정보도 함께 공개했다.
한국 기업으로 분류된 업체는 P.F. Marine(광양해운), K C Leasing(SK해운), New Ocean DX International(법무법인 세종), First Pacific International Tankers(〃), Sodel Enterprises(정채영), Westwood Rich Finance(에너셀인터내셔날), Synergie Group Holdings(플래드게이트 필더), Mega Overseas Services(〃) 등 모두 8곳으로, 괄호 안은 역외기업 설립 중개인이다. 국내 5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이 8곳 중에서 2곳의 설립에 관여한 게 눈에 띈다. 세종 관계자는 “변호사법에 따라 고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에스케이해운 관계자는 “선박금융을 받을 때 은행 등에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거의 약관처럼 요구한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밝혔다.
세계의 관심이 쏠린 파나마의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은 9일 “각국의 국내 정치와 강대국 간 이견이 이번 사안을 다루는 데 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싸우려면 자기들 나라 안에서 해야지 우리 금융과 재무 시스템을 활용해선 안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토마 피케티, 제프리 색스 등 세계의 저명 경제학자 300명은 오는 12일 영국에서 열리는 반부패 정상회의를 앞두고 9일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조세회피처의 종식을 촉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조세회피처의 보호를 받는 비밀주의가 부패를 부추기고 공정한 조세를 좀먹는다”며 “특히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조세회피로 더 큰 타격을 입는데, 손실액이 연간 17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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