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6 16:10
수정 : 2016.05.2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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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햄버거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널드의 간판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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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맥도널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맥도널드는) 사람 대신 로봇을 쓸 수 있다”고 말해, 노동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1991~97년까지 맥도널드 미국 최고경영자를 지냈던 에드 렌시는 25일(현지시각) “전국레스토랑쇼에 가서 (식당 관련) 로봇들을 봤다. 프렌치프라이를 봉지에 담는데 시급 15달러짜리 노동자를 고용하느니 3만5000달러짜리 로봇을 사는 게 싸다”고 말했다. 렌시는 최근 미국에서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자는 운동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뜻에서 로봇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렌시는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은 “넌센스”라며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인상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실직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렌시는 <폭스 비즈니스>에 “연방 최저임금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주마다 생활비가 다르다. 뉴욕보다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에서 최저임금 15달러가 필요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고 잠시 멈춘 뒤 “아. 뉴욕에서는 임금이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렌시는 “최저임금 인상 시위는 민주당에 표를 주기 위한 것일뿐”이라며 “완전 넌센스고 미국 중산층을 파괴할 뿐”이라고 말했다.
렌시의 말은 미국 전역에서 일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대한 보수층의 불만을 반영한다. 최근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연방 차원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이들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면 노동자 생활이 나아질 뿐 아니라 이들의 소비로 인해서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렌시가 로봇으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단순한 보수주의자의 엄포라고만 볼 수는 없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웬디스가 최근 셀프 서비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매장 운영을 시험하는 등 인건비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기술 활용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에프시(KFC)는 중국 매장에서 시험적으로 로봇이 주문을 받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널드 노동자들은 26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맥도널드 연례 주주 모임에서 렌시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속한 대기업 CEO 341명을 대상으로 연봉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연봉은 1080만달러(128억원)에 이르렀다고
이 이날 보도했다. 연봉이 가장 높은 최고경영자는 스톡옵션을 포함해 9460만달러(1119억원)을 받은 다라 코스로샤히 익스피디아그룹 총괄 회장이었다. 지난해 이들 CEO의 전년 대비 1인당 연봉 증가액은 평균 46만8449달러(5억5417만원)로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의 10배가 넘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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