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03 19:56
수정 : 2016.06.03 22:05
새 석유장관 “연내 60달러 가능성”
오펙, 산유량 한도 합의 또 실패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 조절로 국제유가를 조정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칼리드 팔리흐(56) 신임 에너지·산업·광업부 장관은 2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과거에 해왔던 전통적 방식으로 (유가를) 조정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절대로 특정한 가격 목표를 갖고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달 사우디가 기존의 석유부를 에너지·산업·광업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첫 수장을 맡은 팔리흐 장관은 “산유국들은 (원유 가격이)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입장은 오펙의 다른 회원국들이 산유량을 줄여서 유가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오펙 주도국인 사우디가 앞으로도 한동안 인위적인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을 지낸 팔리흐 장관의 발언은 사우디의 경제정책 변화를 반영한다.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지난달 과도한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산업을 다변화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팔리흐가 에너지·산업·광업부의 첫 장관에 발탁된 것도 재정 수입의 90%를 석유에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중책을 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팔리흐 장관은 앞서 21년간 사우디 석유정책을 좌지우지하며 오펙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알리 이브라힘 누아이미(81) 석유장관을 대체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한편, 오펙은 이날 회의에서 원유생산량 상한 설정에 합의하는 데 또다시 실패했으며,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안팎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팔리흐 장관은 이날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 회복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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