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7 10:35
수정 : 2018.06.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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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 유전에서 석유 시추를 위해 설치한 시추봉 위 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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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 26일 브리핑에서 밝혀
이란 원유 의존 비율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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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 유전에서 석유 시추를 위해 설치한 시추봉 위 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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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동맹국들에게 “11월까지 이란 산 석유 수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란 산 원유 의존 비율이 큰 한국 경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열린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 부과하는 문제와 관련된 ‘특별 브리핑’에서 세계 동맹국들에게 예외 없이 11월4일까지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제로’로 줄이기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들(세계의 동맹국들)은 지금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줄여야 한다. 기한은 11월4일까지이다. 우리는 5월8일부터 줄일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질문 없이 그들은 줄여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사실을 양자 회담을 통해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5월8일’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7월 합의한 ‘이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날이다.
이란 핵협정이란 2015년 7월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이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뜻한다.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수를 크게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 등은 경제 제재를 풀었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과 10~15년의 ‘일몰 기간’ 이후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협정 파기 의사를 밝혀왔고 5월8일 실제로 이를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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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채굴이 한창인 미국 텍사스의 유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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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정을 파기한 날 앞으로 이란에 부과하게 될 제재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핵협정에 따라 정지됐던 여러 제재들이 다시 부활한다. 대표적으로 이란의 석유·천연가스 자원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투자, 이란과 석유·천연가스·석유화학제품 거래, 석유·천연가스 무역에 수반되는 금융거래 등이 다시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2차제재(세컨더리 보이콧)도 부활한다. 미국은 이 조처를 발표하며 이란과 귀금속·항공기 등의 거래는 90일, 에너지 자원 관련 거래는 180일 이내에 정지하거나 큰 폭으로 줄이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그 유예기간이 끝나는 날짜가 11월4일이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큰 폭으로 줄이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지만, 이날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를 ’제로로 줄이는 것’이라 표현했다. 거래를 완전히 끊으라는 요구다.
미국의 이 같은 결정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윈부 자료를 보면, 2017년 한국은 이란에서 전체 원유 수입량의 13.2%인 1억4787만배럴을 수입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의존 비율은 우리의 절반에 못 미치는 5.5%였다. 불과 넉달 여만에 전체 수입량의 10%가 넘는 막대한 양의 원유 수입원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가 안 그래도 상황이 어려운 한국 경제에 뜻하지 않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국제 석유시장은 요동쳤다. 26일 뉴욕 원유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가 전날보다 2.45달러 오른 배럴당 70.53달러를 기록해 5월 하순 이후 1달여만에 70달러들 돌파했다. 이란 산 원유 수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원유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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