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5 18:11
수정 : 2018.07.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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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12시부터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돌입
미-중, 상대에 340억달러 규모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
중국은 12시간 연기 뒤에 발효
2단계 조처도…160억달러 규모 제품에 추가 관세
트럼프, ‘중국이 보복하면 4500억달러 제품에 관세’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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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이 6일 개전한다. ‘관세 폭탄’으로 인한 무역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순항하던 세계 경제가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미국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0시(한국시각 오후 1시)부터 첨단제품 등 중국산 수입품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발효할 예정이다. 중국도 1분 뒤 같은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양대 강국(G2)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직후부터 중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줄이고 불공정 무역 관행을 시정하라고 압박했지만, 결국 타협에 이르지 못해 노골적 무역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5일 “중국은 (미국의) 위협과 공갈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격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제품들 중 200억달러어치는 미국 등의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만드는 것이라며 “미국은 스스로를 포함한 세계에 총을 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중국은 보복관세 부과 시점을 애초 예정보다 12시간 연기하며 마지막까지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중국 국무원은 4일 밤 성명에서 “중국은 첫 탄환을 쏘지 않을 것”이라며, 애초 중국 시각으로 6일 0시1분부터 발효할 예정이던 보복관세 부과 시점을 ‘미국이 부과한 이후’로 일단 연기했다. 중국의 한 관리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중국은 완전히 (싸울) 준비가 됐다”며 결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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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무역 전쟁은 확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2단계에 걸쳐 중국을 압박할 계획이다. 6일 발효되는 34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에 이어, 기계류·플라스틱 등 284개 품목(160억달러어치)에 대해 추가적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4일 미국 업체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구체적 시점을 공개하기로 했다. 미국의 2차 관세가 부과되면, 중국 역시 160억달러어치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중국은 6일 발효되는 보복관세 대상으로 콩·면화·수수·돼지고기 등을 선정해, 이런 농산물의 주산지를 지지 기반으로 둔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하면 2천억달러어치, 또 저항하면 다시 추가로 2천억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관세 부과 대상은 총 4500억달러어치로, 중국의 대미 수출액(지난해 5054억달러)의 대부분이 보복 대상이 된다. 양국은 강공에만 의존하며 상대가 먼저 무릎을 꿇기를 요구하는 치킨게임에 돌입한 셈이다.
미국은 자국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자국의 대중 수출액을 크게 웃돌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큰 중국에 불리한 싸움이라고 본다. 반면 중국은 자국 시장과 연계된 미국 기업들에 돌아갈 ‘부메랑 효과’를 무기로 여긴다.
미국은 무역 역조 해소뿐 아니라 중국의 패권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다.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제품들에는 중국 정부가 2015년 내놓은 첨단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들이 다수 들어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서로 타협을 통해 관세 부과를 철회하면 끝날 수 있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면 다른 경제권까지 가세하는 세계적 차원의 무역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달 1일 발효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로 피해를 보는 유럽연합(EU)에 대미 공동전선을 제안하고 있다. 중국은 16~17일 베이징에서 열릴 중국-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는 강력한 공동성명을 채택하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아직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국은 유럽연합에 대한 추가적 시장 개방 등을 내세우며 설득에 나섰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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