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23 17:19
수정 : 2018.08.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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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노동자가 지난 5월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수입된 자동차를 검사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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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40억달러 규모 이어 2차전
미국, 반도체 등 중국 수입품 279개 품목에 25% 관세 부과
중국, 석탄·의료기기 등에 동일 관세 부과 맞불…WTO 제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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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노동자가 지난 5월23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구에서 수입된 자동차를 검사하고 있다. 칭다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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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이 무역전쟁을 수습하기 위한 차관급 협상을 벌이는 도중 서로를 향해 두 번째 탄환을 날렸다. 이 갈등은 미래 첨단산업을 둘러싼 두 강대국 간의 ‘패권 경쟁’적 성격을 띠고 있어 타협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23일 미국 정부가 예고대로 0시1분(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1시1분) 반도체·전자부품·플라스틱 제품 등 중국산 수입품 279개 품목(160억달러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누리집을 통해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부득불 필요한 반격을 이어갈 것”이라고 반발했고, 관영 <신화통신>은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석탄·구리·버스·의료기기 등 160억달러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중은 지난달 6일 상대국 수입품 340억달러어치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번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미국의 조처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관세 부과 품목에 ‘반도체’와 ‘전자부품’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엔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칩을 포함해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다양한 부품이 포함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조처가 중국 기업에 대한 정밀 타격으로 보이지만 (거꾸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의 수출품’ 가운데 상당수가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이 미국 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해온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견해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진출한 반도체·전자 업체들의 미국 수출에 차질이 예상된다.
향후 관심사는 타협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여부다. 데이비드 맬패스 미 재무부 차관과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22~23일 워싱턴에서 무역전쟁 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에이피> 통신은 “양국 대표단이 첫날 만났지만 논란을 끝낼 수 있는 진전에 대한 얘긴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이 ‘양보의 여지’를 찾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양국 협상단이 11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등 여러 다자회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문제를 풀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이번 협상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무역전쟁을 종료하기 위한) 시간표는 없다”며 갈등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에너지에 대한 수입을 늘리는 안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좀 더 근본적 변화다. 미국은 지난 3월 초 이번 전쟁을 시작하며,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정책을 통해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의 목표를 단순한 무역수지 개선이 아닌,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보는 중국의 야망을 꺾는 것으로 설정한 셈이다. 중국이 이런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갈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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