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8 09:50
수정 : 2018.09.18 20:48
|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
미-중 무역전쟁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전
24일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고율관세 부과
연말까지는 10%지만, 내년부터는 25%로 상향 조정
트럼프 사실상 ’백기 항복’ 요구해 타협안 도출 어려워
중국 정부도 즉각 “유감이다. 같은 수준 보복” 공언
|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향해 ‘세번째 탄환’을 예고했다.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의 조기 수습에 실패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키우는 길고 고통스런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성명을 내어 “7주 간에 걸친 공지, 공청회, 의견제시를 위한 광범위한 기회를 제공한 끝에 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약 2000억달러(약 225조400억원)에 이르는 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라고 지시했다. 관세는 24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며 연말까지 10%로 고정된다. 이후 내년 1월1일부터 25%로 오르게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 같은 조처를 취하는 이유에 대해 “무역대표부가 중국이 미국의 기술과 지적 재산권과 관련된 수많은 불공정한 정책과 관습에 관여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런 관행들이 미국 경제의 장기적 건강화 번영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우리 농민들과 다른 산업에 보복 조처를 취할 경우, 우린 약 267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를 시작할 것”이라고 추가 보복 조처까지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체 수출액(5054억달러)의 40%에 달하는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타협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정면 대결’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번째 탄환’을 쏠 경우, 중국도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등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5~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8월 초 예고해 둔 상태다. 중국이 예고대로 보복 조처에 돌입하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성명에서 밝힌대로 267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네번재 탄환’을 쏘게 된다. 세계를 이끄는 두 대국이 서로에게 보복을 거듭하는 ‘증오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악순환’을 끊어낼 뚜렷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 미-중은 5~6월 세차례 장관급 회담을 열어 이견 조정을 시도했고, 8월 말에도 차관급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성명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중국이 그동안의 ‘불공정한 정책과 관습’을 중단하겠다고 미국에 ‘백기 투항’을 하는 것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우리는 중국과 합의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고 있다. 우리와 합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그들(중국)이다. 우리는 조만간 수십억달러(많은 액수)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에서 물건을 생산할 것(중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해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의미)”라고 적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대미 무역흑자 폭 축소가 아닌, ‘중국제조 2025’ 등 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추진해 온 공격적인 산업 정책의 포기하는 것 등 근본적 정책 변화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이 오랫동안 불만을 터뜨려 온 강제적인 기술이전 정책의 포기”라고 짚었다. 이번 무역전쟁이 미래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미-중이 벌이는 사실상의 패권 경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내 찬반 여론은 엇갈린다. 이번에 관세가 부과되는 5745개 품목(애초 6031품목에서 애플의 스마트시계 등 일부 제외)엔 첨단기술 제품(500억달러어치)이 중심이 된 1~2차 때와 달리 스포츠 용품, 옷, 식료품, 전자제품, 가정용품 등 서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생필품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도 이번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경제와 산업 공급망에 타격이 예상되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해) 서민 생활에도 적잖은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 말하지만, 실제 역사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는 18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정당한 권익과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기 위해 동시에 보복 조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1차 340억달러어치, 2차 160억달러어치 등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같은 수준의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대미 무역 불균형(지난해 수입 1304억달러, 수출 5054억달러) 탓에 앞으로도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이번 3차 관세 부과는 중국산 2000억달러어치를 겨냥한 것이지만, 중국이 이에 맞서 보복을 예고한 미국 제품 규모는 600억달러어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에서는 보복 방식을 변화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재정부장을 역임한 러우지웨이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은 지난 16일 한 포럼에서 “반격 전략으로 미국산 수입품뿐 아니라 대미 수출품을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핵심 중간재 및 원자재 공급을 중단시켜 미국 산업의 공급사슬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보복성으로 매긴 고율 관세를 현재 25%에서 더 높이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길윤형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