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02 16:28
수정 : 2018.10.0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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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등 기자들에게 “질문을 무역 문제게 집중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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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대체 USMCA 합의 전하며
“미 제조업·자동차의 역사적 승리”
“중국과 지금은 대화 안 해” 쐐기
일본·EU에 ‘관세 위협’ 일화 밝히며
“인도, 관세왕” 전선 확대 시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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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음을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등 기자들에게 “질문을 무역 문제게 집중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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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고치겠다고 했다.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 비참하게 취급돼왔던 미국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의 역사적 승리다.”
전날 밤 캐나다와 나프타를 대체하는 새 협정(‘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극적으로 합의한 직후인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백악관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이날을 “매우 아름다운 날”이라고 강조한 뒤, “미국인들과 역사적 뉴스를 공유할 수 있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캐나다와 막판 협상 끝에 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미국 수출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이 담긴 나프타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동안 나프타를 ‘최악의 무역협정’이라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그동안 무역에서 많은 나라들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받아왔다. 우린 이를 시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워온 나프타 개정에 성공하며, ‘미국 제일주의’와 ‘협박과 막말’ 등에 기초한 트럼프식 무역 정책이 반환점을 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인식한듯 그동안 주요 무역 상대국들을 어떻게 상대해왔는지 짧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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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4개 주요 전선에서 무역 공세를 펼쳐왔다. 제1전선은 당연히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 7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 2500억달러어치에 1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 1100억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서고 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이미 보복이 보복을 낳는 증오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대화를 매우 절실히 원하지만 지금은 대화할 수 없다. 그들이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준비가 될 때까지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2전선이 이날 기자회견의 주제인 나프타 개정 협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협상 개시 이후 강경한 태도를 꺽지 않는 캐나다를 상대로 각개격파 전술을 사용했다. 미국은 올해 8월 멕시코와 먼저 양자협정을 맺은 뒤 캐나다에 ‘이를 받아들이거나 나프타에서 나가라’며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결국 캐나다는 멕시코가 동의한 자동차 원산지 규정 강화(62.5%→75%) 조항과 시급 조항 등 핵심 내용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제3전선은 유럽연합(EU)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6월 초 서로를 향한 보복관세를 주고 받은 뒤, 7월20일 휴전을 선언하면서 자동차를 제외한 공산품의 관세·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의 무역 전쟁 과정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동맹인 유럽연합을 “적”이라 부르는 ‘막말’까지 했다. 제4전선인 일본을 상대로는 아베 신조 총리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어렵게 합의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취임 직후 일방적으로 내던졌다. 이후 양자협정을 맺자고 끈질기게 압박한 끝에 지난달 26일 아베 총리한테 ‘백기’를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과정에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당신들의 자동차에 심각한 세금을 매길 것”(일본), “그들의 차에 20%, 25%의 관세를 매긴다고 하자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 반응을 보였다”(유럽연합)고 밝히는 등 일본과 유럽연합을 상대로 자동차 등 민감 제품을 표적으로 ‘협박’을 했음을 공개했다.
트럼프의 전선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를 ‘관세 왕’(tariff king)으로 부르며 다음 표적이 인도가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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