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1 16:32
수정 : 2018.10.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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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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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폭락하자 이례적 중앙은행 비난
“금리 정책 너무 빡빡…동의하지 않는다”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경제적 성과’ 의식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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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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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에 책임을 돌리며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유세를 위해 펜실베이니아 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 너무 (금리 정책이) 빡빡하다”며 “연준이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증시 폭락에 대해 “사실 이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조정이다. 그러나 나는 정말로 연준이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31.83포인트(3.15%) 하락했고, 에스앤피(S&P) 500지수는 94.66포인트(3.29%)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315.96포인트(4.08%)나 하락해 2년여 만의 최대 낙폭을 보였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어 “미국 경제의 기초와 미래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며 이번 증시 폭락은 일시적 조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들어 기준금리를 세차례나 인상해 2~2.25%까지 끌어올린 연준에 대해 간간이 불만을 드러내왔다. 더구나 연준이 내년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시사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운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6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 중에 미국의 경제가 활황세라는 사실을 최대 치적으로 포장해 왔다. 또 취임 이후 30% 이상 오른 주식시장 호조도 단골 자랑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 중앙은행에게 “미쳤다”는 표현까지 쓴 것을 두고 미국 언론은 다음달 6일 중간 선거를 앞두고 조바심을 드러낸 것임과 동시에, 증시 폭락에 대한 책임 떠넘기를 시도한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증시는 지난 4일 이후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기관·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금융시장을 억누르고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게 하는 한 요인으로 꼽는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연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회 의장은 지난주 “연준은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지표에만 영향을 받는다”며, 정치권이 연준의 결정에 개입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해 올 2월 의장이 됐다. 연준은 올해 안으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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