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31 20:27
수정 : 2018.10.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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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안 지폐.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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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은행, 200억위안 채권 발행
기준환율은 달러당 6.97위안 내외로 7개월째 하락
미-중 무역전쟁이 직접 원인
11월 미-중 정상회담서 타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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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안 지폐.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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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개시 이후 하락해온 중국 위안화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에 바짝 다가서며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눈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1일 200억위안(약 3조2654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에서 발행될 채권은 유동성을 거둬들여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려는 목적이다. 이 채권은 위안화의 최대 역외시장인 홍콩에서 오는 7일 우선 100억위안이 발행된다.
올해 들어 위안화 하락세 속에 중국 당국이 공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락을 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위안화는 3월 이후 달러 대비 10% 가치가 하락해, 달러당 7위안 붕괴 위기에 놓였다. 인민은행은 31일 기준환율을 0.1% 하락한 달러당 6.9646위안으로 고시했다. 2008년 5월20일 이후 가치가 가장 떨어졌다.
위안화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3월 이후 7개월째 하락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는 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통합 관리하기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다.
위안화 약세에는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달러 강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약세다. 미국 경제의 호조로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중국 경제의 둔화다. 중국은 3분기 성장률이 6.5%로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셋째, 무엇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이다. 대미 무역흑자를 축소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공세는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 제품 모두에 대한 고율 관세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위안화 약세는 이처럼 단순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벗어난 배경을 깔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31일 발표한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로, 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 5월 이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24일 미국과 중국이 각각 2000억달러, 600억달러어치의 상대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안화 하락에 대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환율 조작이라고 다시 비난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딜레마다.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되나, 이는 미국의 보복을 강화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말 정상회담으로 무역전쟁 해소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위안화 하락은 미-중 갈등을 격화시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인민은행의 개입도 미국을 의식한 조처로 읽힌다.
또 약세를 마냥 용인하다가는 금융시장 혼란과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시장에서는 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으면 위안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타협이 더 절실한 이유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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