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0 02:49
수정 : 2005.12.20 02:49
시장위험평가사 CEO 서한 월가 화제
"나에 대해선 연봉도 올리지 말고, 스톡 옵션도 주지 말고, 보너스는 지난해보다 적게 주십시요"
자사 급여심사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낸 '이상한' 최고경영자(CEO)가 보너스 광풍이 불고 있는 미국 월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장위험평가 회사인 리스크메트릭스(RiskMetrics)의 CEO 에던 버먼(Ethan Berman)은 서한에서 자신의 내년 연봉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청하면서 "내 연봉 인상 계획분을 다른 경영자들에게 배분한다면 내 연봉과 이들 핵심 경영진 연봉간 격차가 적절해질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은행가 J.P.모건은 말하기를, 최고 연봉이 최저 연봉의 20배 이상인 회사는 불안한 회사이므로 그 회사엔 절대 대출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회사는 아직 그 수준에선 멀지만, 지난해 내 연봉이 너무 많이 올라 내 차하급보다 20-40% 많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기여도에 따른 보너스에 대해서도, 버먼은 올해 회사 영업 실적이 지난해보다 월등히 좋으므로 회사의 보너스 총액이 늘어나야 된다면서도 "나 자신의 실적은 그 전해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나에 대한 보너스는 이를 반영해 적정 수준에서 책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올해 기대 이상의 성과는 다른 사람들의 공이 크므로 이들이 나보다 보너스를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하고 "앞으로는 이것이 역전될 것이라고 자신한다"는 말로 내년 분발을 다짐했다.
버먼은 스톡 옵션에 대해선 "회사의 현 리더들과 미래의 리더들에게 주인 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므로 선택된 소수에게만 줘야 하지만, 나는 이미 더 준다고 더 주인의식을 더 가질 수 없을 만큼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며 "미래의 지도자 범위를 현재의 경영.재정 책임자 너머로 확대, 우리 회사 가치를 솔선해 보여주는 다른 직원들에게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에)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모든 직원에게 균분하게 돼 있는 세후 수익 배분은 받겠다고 말하고 "이는 연봉비율이 아니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장과 말단 직원이 똑같이 받는) 정액제로 하는 것이 말단 직원들에게 더 큰 주인의식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먼은 지난달 29일 보낸 이 서한 말미에서 과거 "내 연봉보다 많은 보너스를 받았던 첫해"를 떠올리며 "이 소식을 즉각 아버님께 전화로 전하니, 첫 말씀이 그만큼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아버님으로부터 같은 말씀을 또 듣고 싶지 않다"고 맺었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에서 이 서한을 소개하면서 "당초 공개 목적이 아니었지만, 이 회사 급여심사위원장인 아서 레빗 전 미증권거래위원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경영진의 급여 실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공개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외부에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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