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5 16:22
수정 : 2019.07.15 17:14
15일 <월스트리트 저널> 특집 기사 게재
‘중국산 25% 관세’ 피해 다른 국가로 이동중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국가 수혜
“한번 중국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트럼프 의도와 달리 미국 ‘본국 유턴’은 미미
일부 “중국의 비용경쟁력 대체국 찾기 어렵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 2년째를 맞아 더욱 격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했던 미국 제조기업들이 추가관세 부담을 피해 중국 바깥으로 생산공장을 옮기는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신발 제조기업 ‘크록스’, 맥주캔 제조기업 ‘예티’, 로봇 청소기 룸바 제조기업 ‘아이로봇’, 카메라 생산기업 ‘고프로’ 등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미국의 중국산 수출품 2500만달러 어치에 대한 25% 관세부과를 피해 이미 중국 바깥지역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애플도 관세 모면을 위해 휴대폰 생산의 최종 어셈블리공정을 중국 바깥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중국 내 가구 제조업체 러브색은 올해 초부터 중국 내 생산 비중을 75%에서 60%로 줄였다.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본사를 둔 기업의 최고경영자 쇼운 넬슨은 “우리는 공격적으로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동 중”이라며 “중국에 공장을 둔 기업 중에서 한번 떠나면 중국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은 중국 내 생산을 내년 말까지 중단할 계획이다.
중국내 생산공장을 바깥으로 옮기는 미국 기업의 흐름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며, 동시에 글로벌 생산·공급 가치사슬의 재배치를 초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중국 바깥으로 생산시설을 이동하면서 새로운 지역 시설투자에 시간과 비용이 들고 지리적 수송에서도 부담이 발생하지만 기존 중국 내 생산에 못지않은 가치 효율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아이로봇은 올해 안에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로봇 청소기 ‘룸바’ 생산시설 가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크록스는 중국 내 생산제품 가운데 미국시장 수출용을 현재의 30%에서 내년 말까지 10%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디젤엔진 메이커인 ‘꿈민스’도 중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인도 등지로 옮겨 미국의 중국산 제품 수입관세 비용지출(약 5천만달러)을 회피할 계획이다. 예티도 중국 내 냉각 컵 생산시설의 대부분을 올해 말까지 중국 바깥으로 옮기기로 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작년 동기대비 12% 줄었다. 10여년 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이런 ‘생산기지 탈중국’ 흐름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나라는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베트남·인도·대만·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들 대다수 국가는 중국산 제품에 비해 미국으로의 운송비용이 일부 추가됨에도 미국시장 수출이 기록적으로 증가 중이다. 컨설팅기업 커니에 따르면, 베트남 생산품의 미국시장 수입액은 올해 648억달러(전망)로 작년보다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조처를 통해, 이미 중국에 진출했던 자국 기업의 미국 유턴을 독려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미국 제조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긴 하지만 미국 본국으로 회귀하는 경향은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 연준(Fed)에 따르면, 미국 내 제조업 산출은 지난해 12월에 근래 최정점에 달했다가 올해 들어 5월까지 1.5% 줄었다. 이와 달리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다른 국가로부터의 미국시장 수입액은 증가세를 지속 중이다.
“미국에서 우리가 공장을 가동했다면 막대한 규모의 생산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카약 등 보트 총생산의 약 85%를 주문계약을 통해 중국에서 생산 중인 보트제조기업 ‘시 이글’의 존 호게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공급 가치사슬 구축에 우리는 20년이나 투자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발효된 우리 중국산 보트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 25%는, 뉴욕 롱아일랜드의 포트 제퍼슨에 생산시설을 둔 우리 거래기업의 연간 관세비용을 두배로 늘어나게 한다”고 추산했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유아용 이불 생산기업 ‘크라운 크래프트’는 25% 관세부담을 피하려고 중국 이외 다른 6개국의 생산비용을 분석해봤으나, “관세비용을 물더라도 중국에 그대로 남아 있는 편이 더 낮다“는 판단을 내렸다. 루이지애나에 있는 기업의 최고경영자 랜달 체스넛은 “중국 내 생산이 제공하는 비용경쟁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다른 국가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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