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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8 17:36 수정 : 2019.07.28 21:27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보낸 ‘대통령 각서’에서 향후 90일 안에 세계무역기구 규정들을 개혁하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일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을 개도국으로 더 이상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부유한 나라들이 WTO에서 부당하게 개도국 지위 받는다’
미-중 무역협상 앞서 중국 압박이 한국에도 불똥

90일 내로 진전없으면, 일방적으로 개도국 지위 취소
실효성 없으나, WTO 체제와 협상에 상징적 충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보낸 ‘대통령 각서’에서 향후 90일 안에 세계무역기구 규정들을 개혁하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일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을 개도국으로 더 이상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과 한국 등의 ‘개발도상국 지위’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압박 차원에서 제기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길이 한국에도 번질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에 보낸 ‘대통령 각서’에서 향후 90일 안에 세계무역기구 규정들을 개혁하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일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을 개도국으로 더이상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당하게 자신들을 개도국으로 선포하고 세계무역기구의 규정과 협상에서 융통성의 혜택을 부적절하게 취하는” 어떠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도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각서에서 그는 중국 이외에도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에 있어 10위권에 드는 브루나이와 홍콩, 쿠웨이트 등 7개 국가를 거론했다. 또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인 한국과 멕시코, 터키 등 3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의 무역대표부가 가능한 다른 나라들의 협력으로 “세계무역기구에서 변화를 확보할 모든 가용한 수단들을 이용하라”고 명령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성명에서 “이런 불공정은 규정을 준수하는 미국에 불이익을 주고, 세계무역기구에서의 협상을 잠식하고, 뷸균등한 경기장을 만든다”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세계의 가장 부유한 나라들이 세계무역기구의 규정들을 피하고 특별취급을 받기 위해 개도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세계무역기구는 망가졌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나는 미국 무역대표부에 그런 나라들이 미국을 희생시키며 무역기구 체제를 속이는 것을 중단시키는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무역기구에서는 회원국들이 스스로 개도국과 선진국 중에 어느 쪽인지를 공식 발표해 분류된다. 대신, 특정 개도국이 특별 조항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다른 회원국이 이의 제기를 할 권리는 있다. 즉, 회원국들은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선포할 수 있으나, 이는 이 기구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인정받고 그 혜택이 규정된다. 대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이 무역협상을 할 때는 무역 관련 조처들이 ‘상호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개도국에는 덜어준다. 개도국에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존재하는 여러 약속을 이행할 추가 시간도 부여해준다.

개도국 지위 폐지 요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세계무역기구 최고재판소의 판사를 지낸 제니퍼 힐먼 조지타운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에서 특별지위를 가진 나라들에게 부여된 혜택들은 오래전에 소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개도국으로 자칭하는 국가들도 이제는 미국 및 다른 선진국들이 지켜야 하는 똑같은 법적인 요건들의 대부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번 조처는 29일 상하이에서 시작될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처라고 <월스트리저널> 등이 일제히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지시는 세계무역기구 체제나 협상에 상징적인 중요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의 조처는 중국 등의 국가들이 특혜를 받으려는 어업보조금 및 전자상거래 등에 관해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 협상의 판을 뒤흔드는 것을 겨냥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등이 이제는 더이상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같은 수준의 의무를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게되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7일 설명자료를 내어 “미국은 그간 개도국 지위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특혜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현재 적용되고 있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이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돼 우대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면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쌀 등의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

농식품부는 “현재 농업 분야를 포함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은 회원국별 입장차가 상당해 10여년 넘게 중단 상태에 있다”며 “특히 농산물 관세 감축, 개도국 특별품목, 농업 보조금 감축 등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에서 의미 있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차 등으로 앞으로도 의미 있는 논의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하개발아젠다는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정의길 최예린 최하얀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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