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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3 20:29 수정 : 2019.08.14 11:50

미국 달러 및 브라질 헤알화 등 외국 통화와 대비한 페소화 가치가 30% 가까이 떨어진 1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환시장 전광판 앞을 한 여성이 지나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대선 예비선거 여론조사 결과
중도좌파 ‘완승’ 이변
증시는 지난주 대비 37.9% 대폭락

오랜 재정 위기·인플레이션 등
‘친시장’ 현 대통령도 진화 못해

미국 달러 및 브라질 헤알화 등 외국 통화와 대비한 페소화 가치가 30% 가까이 떨어진 1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환시장 전광판 앞을 한 여성이 지나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전면적인 금융위기 공포가 표면 위로 급작스럽게 돌출하고 있다. 국가부도 공포가 엄습하자 국내외 자산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 채권, 페소화 모든 것을 대규모로 내던지고 있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이 아르헨티나 금융불안 사태를 타전하며 묘사한 대목이다.

12일 아르헨티나 메르발 증시는 개장 직후 10% 이상 대하락을 연출하며 출발한 뒤 갈수록 하락폭을 키워 지난주 종가 대비 37.9% 폭락한 2만7530에 장을 마쳤다. 페소화 가치도 역대 최저인 달러당 60페소 수준까지 하루 만에 25%가량 폭락했다. 이에 따라 달러 기준으로 치면 이날 증시 하락폭은 무려 48%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지난 70년 동안 전세계 94개 증시에서 두번째로 큰 낙폭”이라고 전했다. 장 초반 달러당 65페소까지 추락했던 페소화는 아르헨티나 통화당국이 안정화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하락폭을 다소 줄여 57.30페소로 마감됐다. 아르헨티나의 여러 만기별 달러표시 국채 가격도 이날 평균적으로 25% 떨어졌다. 일부 국채는 45%나 추락했고, 단기국채 수익률은 35%대로 수직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다.

순식간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을 대공포에 빠져들게 만든 건 ‘혼돈의 정치’였다. 기업인 출신으로 친시장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직 대통령이, 11일 발표된 대선 예비선거 여론조사 결과에서 중도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에게 크게 뒤진 것으로 드러나자 시장도 즉각 혼돈에 빠져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크리는 페르난데스를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15%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발표되자 시장은 금방 충격에 휩싸였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돌변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물론 근래 높은 인플레이션과 만성적인 경제 질병 및 정치적 대립에 지친 국내 투자자까지 공포에 짓눌려 보유 자산을 내던지는 투매에 나섰다.

시장은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쓰이는 아르헨티나 신용부도스와프(CDS·국채 5년물) 프리미엄의 거래가격 동향에 비춰볼 때 향후 5년 안에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확률을 75%(13일)로 예측했다. 지난 9일(49%)에 견줘 대폭 치솟았다. 영국의 시장분석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예비선거 결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좌파 (복지)포퓰리즘의 귀환을 위한 길을 닦은 것”이라며 “아르헨티나 주식과 채권, 환율이 당분간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르렀는데, 좌파 진영은 국제통화기금과의 합의나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역사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오랜 재정위기로 악명이 높다. 2001년에 깊은 경기침체와 기록적인 디폴트에 빠진 이후 지난 15년 내내 디폴트 위기가 만연했다. 비록 2016년 마크리 정부 아래 국가부도 위험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마크리 집권 뒤에도 지난 3년간 인플레이션율이 연 55%를 넘었고 페소화 가치도 급락했다.

대선(10월27일)까지는 아직 두 달 이상 남아 있긴 하다. 주변국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2일 이번 아르헨티나 예비선거 결과에 대해 “마크리가 패배하고 좌파 후보가 승리해 복귀하면 아르헨티나는 (근래 몇년째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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