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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3 16:09 수정 : 2019.09.23 20:51

미국 가계저축률 올들어 8%대 지속
‘트럼프 감세효과’, ‘구조적 변화’ 분분

감세, 소비성향 낮은 고소득층 집중 탓?
한국 수출기업·주가에는 부정적 영향

전통적으로 ‘과잉소비’ 경제인 미국에서 유례없는 장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가계저축률이 올들어 8%대의 사뭇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트럼프 감세효과’라는 분석이, 다른 쪽에서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그 배경과 파급영향을 놓고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저축률(가계의 세후 총처분가능소득 대비 저축액 비중)은 올들어 7월까지 월평균 8.2%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 8.8%를 기록하며 갑자기 치솟은 뒤 올해 1~6월까지 8.0~8.8%를 기록했고 7월엔 7.7%였다. 올해 증가율은 2012년(연간 9.1%)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2년의 저축률 상승은 소득세율 증가를 앞두고 기업들이 배당금과 보너스 지급액을 앞당겨 지급하면서 소득이 상승한데 따른 것이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이코노미스트 티퍼니 윌딩은 “뭔가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미국 가계저축률이 높은 수준에 경직적으로 머무르고 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는 민간·정부의 소비가 저축보다 많은 과잉소비 경제(만성적 무역적자)로, 달러 기축통화국이라는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경상수지 적자를 견뎌오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가계 저축증가율은 17%(전년동기대비)로, 가계 소비증가율(5.2%) 및 기업 투자증가율(7.8%)보다 훨씬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웹사이트에서 미국 가계저축률 데이터를 보면, 2000~2008년까지 3.3~6.1%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3%)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2012년에 9.1%까지 높아졌다. 2013~2018년까지 6~7%대로 다시 낮아졌으나 올들어선 월별 8%대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최근 저축률 상승은 저축과 경기 순환국면 사이의 전통적 사이클과 확연한 대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경기 호황기에는 소비가 늘어 저축률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최장기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시기에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정책를 한 요인으로 꼽는다. 감세로 얻은 가계의 추가소득이 저축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폴 애시워스는 감세법안 실행 한달 후인 2018년 1월에 저축률이 대번에 1%포인트 치솟았다는 점을 들면서 “감세의 효과”로 풀이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도 감세 이후 미국 소득 상위 10%인 부자가 저축률 상승에 기여한 정도가 4분의 3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저축률 상승은, 감세가 전체 가계의 소득상승보다는 ‘부의 효과’로 부자들에게만 집중됐다는 점을 거꾸로 입증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뉴저지의 은퇴한 투자은행가 조 노플러스는 “배당금과 이자소득 감세로 세후 순소득이 늘었지만 총소득에 비하면 ‘감세 소득’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감세가 나의 소비성향(바꿔 말해 저축성향)을 바꾸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흉터’를 기억하는 미국 가계마다 장래 위기에 대비해 저축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더 많이 저축할 여력이 있는 부자들과 저축 여유가 없고 소비성향이 높은 빈곤층 사이의 소득 불평등 확대가 저축률 상승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저축률이 그 저축을 활용하는 자본투자 기회보다 더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이자율·인플레이션·경제성장을 모두 억압하면서 경제를 만성적 수요부진에 빠져들게 하는 ‘구조적 장기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 경제학자 가우티 에레르트손 교수(브라운대)는 그런 점에서 “저축은 미덕이라기보다 악덕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저축률 상승은 소비 감퇴를 뜻하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교역은 줄어들게 된다. 국내의 여러 투자분석 리포트는 “미국 저축률 상승은 한국 수출기업과 주가에 마이너스를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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