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9 15:56
수정 : 2019.10.09 21:25
프랑스 중앙은행, 55년간 연준 130명 결정요인 분석
통화정책성향 “항상 매파 39%, 항상 비둘기 30%”
지명 대통령·출신대학 이데올로기가 주요 배경요인
‘시카고 담수’ 매파 69%, ‘하버드 짠물’ 비둘기 41%
세계경제를 사실상 지휘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12명)의 통화정책 성향 분포를 살펴보니, 위원으로 지명받을 당시의 ‘집권 대통령의 당파’ 및 개별 위원들의 ‘출신대학 경제 이데올로기’라는 두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프랑스 중앙은행의 실증연구로 확인됐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최근 자체 발행 기관지에 6쪽짜리 짤막한 연구보고서 ‘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은 매파(Hawks) 또는 비둘기파(Doves)인가? 이데올로기 및 정치’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미 연준 소속 경제학자인 마이클 보르도 명예교수(럿거스대)가 작성한 것으로, 1960~2015년까지 FOMC 위원을 지낸 130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재임 시절 통화정책 결정 성향을 1년 단위로 전체 연준위원 재임기간에 걸쳐 조사분석했다. 분석 결과 ‘항상 매파’는 39%, ‘항상 비둘기파’는 30%, 두 성향을 오간 ‘박쥐’(Swingers)는 24%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재임 기간의 뚜렷한 성향이 노출되지 않았다. 위원들의 성향 판별은 △이들의 출신대학 및 정치적 성향 등 정책결정 배경요인 △이들이 쓴 총 2만여개에 달하는 신문기고문과 리포트 등 경제적 신념 △각종 연설문·증언·통화정책 찬반 투표 등 정책 행동 따위를 통해 얻은 여러 관련 정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매파는 물가 안정 및 경기안정을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긴축’을 선호하고, 반면 비둘기파는 완전 고용과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완화’ 선호 인물을 뜻한다.
분석 결과, 매파와 비둘기파의 비중은 당시 그들을 지명한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냐 민주당 소속이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총 12명인 FOMC 위원 중에 7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연준 이사’로, 5명은 각 ‘지역 연준 총재’로 구성된다. 공화당 당시 대통령이 지명한 FOMC 연준 이사들(23명)을 보면 매파 35%, 비둘기파 43%, 박쥐 22%였다. 반면 민주당 대통령이 선택한 연준 이사들(26명)은 매파 19%, 비둘기파 65%, 박쥐 15%로 ‘통화 완화’ 성향 위원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행정부는 케인지언 경제학파의 통화 완화정책을, 공화당 행정부는 주류 경제학파의 긴축정책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일부 입증된 셈이다.
흥미로운 건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중에서도 매파보다 비둘기파가 더 많았다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미국 대선 및 의회 인준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비둘기 정책을 펼 정치적 유인이 있는데다 상원의 연준 이사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여야가 모두 좋아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분석 대상 연준 이사들 중에 70%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인준을 통과했다. 한편, 극단적 시장자유주의를 표방한 ‘공급중시 공화당’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지명 연준 이사들(8명) 중에 매파 13%, 비둘기파 50%, 박쥐 38%로 박쥐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FOMC 위원 중 다섯 자리를 차지하는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의 성향은 집권 대통령의 정당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으며, 매파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각 지역 연은의 이사회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집권 정당보다는 각 지역의 전통적 경제정책 이데올로기에 따라 성향이 좌우됐다. 필라델피아·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비둘기파가, 클리블랜드·댈러스·뉴욕·세인트루이스는 매파가, 애틀랜타·캔자스시티는 박쥐 성향 총재 비율이 높았다.
집권 대통령의 정파와 지역적 전통 외에 FOMC 위원들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인상적인 변수는 출신대학이었다. 주로 경제학인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이 시카고대·로체스터대·UCLA 등 이른바 ‘담수파 대학’(freshwater·미국 내륙 호숫가 지역에 주로 분포)인 경우 매파 비율은 69%로 비둘기파(15%), 박쥐파(15%)를 압도했다. 시카고학파는 자유재량적 통화정책을 거부하고 규율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하는 통화주의 경제학파 전통으로 유명하다.
반면 하버드대·예일대·버클리대·MIT 등 케인즈주의 경제학설을 추종하는 ‘짠물파 대학(saltwater· 주로 바닷가 주변에 분포) 권역에서 학위를 받은 위원은 비둘기파가 41%로 매파(28%), 박쥐파(28%)보다 훨씬 많았다. 담수이나 짠물 양쪽 대학이 아닌 곳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위원은 매파 47%, 비둘기파 29%로 나타났다. 나아가, 박사학위가 없는 연준 위원들은 성향 양극화가 덜했는데, ‘매파’가 짠물파 대학 출신(39%)이든 담수파 출신(50%)이든 상대적으로 많았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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