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5 16:34
수정 : 2019.10.15 17:21
므누신 “무역합의 명문화 않으면 12월 추가관세”
트럼프-시진핑 11월 칠레 APEC 서명 합의문 추진
블룸버그 “추가협의 위해 중국대표단 보낼수도”
지난 10~11일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스몰딜’(부분합의)에 대해 미국이 “실질적이고 위대한 합의를 열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며 환호를 내지르고 전세계 주식시장도 무역 긴장 완화에 안도하며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1단계 합의는 서로가 원하는 비교적 쉬운 사항에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속빈 강정’ 휴전에 불과하며, 까다로운 빅 이슈들은 뒤로 미뤄졌을 뿐이고 최종 합의에 도달하려면 장래에 상대방에 대한 보복을 완전 금지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 이행체제’를 마련하는 일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1단계 스몰딜’은 합의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합의도 공개된 내용이 희박하다. 중국 국영언론들은 미국이 “위대한 합의”라고 강조하고 있는 미국산 농산물 400~500억달러어치 구매 약속은 아예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최근 연간 260억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 합의된 것이라고 미국이 밝힌 400~500억달러어치는 최근 수입물량의 거의 두배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오는 12월15일 1600억달러어치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수입관세(15%) 부과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 미국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중국제품에 무역전쟁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 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14일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세가 발효될 것이다”며, "11월 중순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이번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하기 위해 중국과 몇 주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문서에 합의들을 확실히 반영하도록 하는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중국경제 분석가인 스코트 케네디는 “나는 이번 1단계 부분합의를 ‘보이지 않은 딜’로 부르고 싶다”며,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에서 일어난 단 한가지는 미국이 관세율 상향(25→30%·10월15일 예정)을 연기했다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무역협상가였던 웬디 커틀러(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는 “양쪽이 이번 딜을 아직 문서화하지 않았다는 건 이상하다. 세부적 쟁점들이 아직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며, “11월 중순에 트럼프와 시진핑 주석이 만날 때까지 더 울퉁불퉁한 협상 도로를 달려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스몰딜은 까다롭고 민감한 쟁점들에 대한 ‘양보 타협’이 아니라, 상대방이 서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수용해주는 상대적으로 쉬운 합의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식료품 소비지출이 늘면서 더 많은 미국산 농산물 구입이 필요한 상황이고, 트럼프는 추가적인 관세 폭탄이 미국 제조업 실물경제에 비용 상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관세는 ‘엄포용’일뿐 내심은 관세율 상향을 바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으로서 중국 무역을 담당했던 제프 문은 “트럼프는 10월 15일로 예정돼 있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조처를 보류만한 이유가 있었고, 양국 모두 서로가 원하는 사항을 하나씩 들어주는 실리추구 협상이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 관리를 지낸 데이비드 달러(부르킹스연구소)도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상호 적대를 누그러뜨렸다”고 해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중국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워싱턴에 다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1단계 합의 마무리를 위한 ‘추가 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번 합의는 단순히 ‘서명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추가 협상이 필요한 ‘미완의 합의’라는 얘기다.
특히 양국은 모종의 합의에 이른다해도 이 합의안을 서로가 위반하지 않고 순응·이행하는 체제를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장래에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또다시 관세폭탄 등 ‘보복 카드’를 던지는 행동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구속력 있는 ‘합의 파기 제재방안’은 양쪽의 공통 핵심쟁점이다. 이 합의 이행 방식을 둘러싼 다툼도 직접적인 무역 관련 쟁점에 못지 않게 추가협상 과정에서 파열음을 낼 공산이 크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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