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 밀라노 우파 정치인들 “불경스럽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모방한 성폭행 추방 포스터로 밀라노가 떠들썩하다.
오는 25일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앞서 이탈리아의 성폭행 상담 단체인 `텔레포노 돈나'는 최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을 모방해 하얀 천으로 주요 부분만 가린 알몸의 여성을 찍은 포스터를 밀라노 시내 곳곳에 부쳤다.
이에 밀라노의 우파 정당 소속 정치인들은 그 포스터가 "불경스러울 뿐만 아니라, 종교적 정서를 해칠 것"이라면서, 이미 부착된 포스터를 떼어내고 추가 부착을 막겠다고 주장했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15일 전했다.
밀라노 시 정부의 광고물 담당관인 마우리치오 카데오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해 그 포스터가 게시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으며, 다른 우파 정당 소속 정치인들도 그 같은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텔레포노 돈나의 창설자인 스테파니아 바르토셰티는 "그 포스터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면서, 카데오를 비롯한 밀라노 시 정부의 그 같은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바르토셰티는 "나도 가톨릭 신자이지만 (그 포스터에서) 공격적이거나 불경스러운 것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말하고, 그 포스터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는 더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강한 이미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알몸 여성의 주요 부문을 덮은 하얀 천에는 `남성의 죄악에 대한 대가를 누가 치르는가?'라고 씌어 있고, 포스터의 사진 설명에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4%만이 가해자를 밝히고, 나머지는 가해자를 위해 대가를 치른다"고 되어 있다.
이 유 특파원 lye@yna.co.kr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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