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가 20일 광역지방선거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나오고 있다. 국민연합은 이날 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득표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에냉보몽/AFP 연합뉴스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격으로 20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과 극우 정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반면, 전통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강세를 보였다고 <프랑스 24>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은 13개 광역 자치구(레지옹) 단체장 선거 중 최대 6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만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고 방송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 공화국’의 후보들도 많은 지역에서 결선 투표 진출에 필요한 10% 득표율을 얻지 못하는 등 지역 기반 마련에 실패했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21일 수정해 발표한 정당별 예상 득표율은, 중도 우파인 공화당이 28.4%로 전국 득표율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연합(19.3%), 중도 좌파인 사회당(15.8%), 녹색당(13.2%), 전진하는 공화국(10.6%) 순으로 예측됐다. 공화당은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침체에 빠졌다가 이번 선거에서 다시 부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집권 여당과 국민연합은 치안 문제 등을 내세우며 이번 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부각하려 했지만, 유권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프랑스 24>는 지적했다. 선거 분석가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선거운동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 등이 현직 출마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화당은 2015년 지방선거 결선 투표에서 40.24%를 득표해 승리한 바 있다.
북부 ‘오드프랑스’ 단체장 선거에서 공화당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후보는 41.4% 득표율로 국민연합 후보를 압도하면서 재선이 유력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졌다. 접전 지역으로 꼽힌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연합이 공화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4%포인트 정도여서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연합이 이 지역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광역 지자체를 장악하게 되며 마린 르펜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르펜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마크롱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대선 흐름과 관련해 주목하는 것과 달리, 유권자들의 참여는 극도로 저조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3.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0년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46.33%, 2015년은 49.91%였다.
이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는 10% 이상을 얻은 후보들이 27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각종 정치 세력의 연합이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 예측이 쉽지 않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