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에서 전쟁 범죄 피해를 본 어린이가 2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콜롬비아 쿠쿠타의 차량 폭탄 공격 현장에서 한 군인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지나가고 있다. 쿠쿠타/AP 연합뉴스
지난해 전세계에서 전쟁에 군인으로 동원된 어린이가 8500명에 달했고, 전쟁 와중에 각종 범죄에 시달린 어린이는 2만명에 가깝다고 유엔이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에 제출한 ‘어린이와 무장 충돌’ 연례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벌어진 21건의 군사 충돌 과정에서 폭력에 시달린 어린이가 1만9379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쟁 와중에 숨진 어린이는 2674명으로 나타났다. 또 무력 충돌 때문에 5748명의 어린이가 다쳤다. 유엔 ‘어린이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어린이(아동)를 18살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에 대한 전쟁 범죄가 주로 자행된 지역은 아프리카 소말리아, 민주콩고공화국, 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예멘 등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어린이 납치와 어린이 대상 성폭력이 지난해 각각 90%와 7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쟁에 군인으로 동원된 어린이는 8521명으로 집계됐다. 또 살해, 납치, 성폭력 등을 포함한 어린이 대상 범죄 건수는 모두 2만3946건으로 조사됐다. 전쟁에 동원된 어린이의 85%는 남자 어린이였으며, 성폭력 피해자의 98%는 여자 어린이였다.
보고서는 분쟁으로부터 아동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불량 국가(세력) 목록도 포함하고 있으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여기서 빠져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팔레스타인과 무력 충돌을 계속 벌인 이스라엘은 이 목록에 한번도 포함된 적이 없으며, 예멘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이 목록에서 빠졌다.
보고서는 분쟁 상황에서 어린이 보호 조처를 하지 않는 불량 세력으로 44개 집단을 명시했다. 이들은 아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미얀마, 시리아, 예멘, 필리핀, 아프리카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민주콩고공화국, 말리, 소말리아, 수단,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의 콜롬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고서는 주요 분쟁 지역의 집단 중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등 19개 세력은 어린이 보호 조처를 한 것으로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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