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던 맷 행콕(42) 보건부 장관이 이성 측근과의 키스 동영상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사퇴했다. 불륜 논란에 그치지 않고, 주무 부처 장관이 앞장서서 거리두기 지침을 어겼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 탓이다.
행콕 장관은 26일 본인 트위터에 1분19초짜리 동영상을 올려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전날 밤 사퇴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여러분들이 치른 엄청난 희생을 알고 있다”며 “이 규칙을 만든 우리도 규칙을 따라야 했다. 그것이 내가 사임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행콕 장관은 존슨 총리에게 보낸 사퇴서에서 거리두기 규정을 어긴 것에 대해 거듭 사과했고, 가족들에게도 “이런 일을 겪게 한” 데 대해 사과했다.
지난 24일 영국 <더 선>은 행콕 장관이 지난달 6일 런던 보건부 청사 집무실에서 측근인 지나 콜러댄젤로(43)와 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입수해 보도했다. 행콕 장관은 옥스퍼드대 시절 친구였던 콜러댄젤로를 지난해 9월 보건부에 조언하는 비상임이사에 임명했다. 둘은 모두 결혼했으며 자녀가 3명씩 있다.
행콕 장관은 <더 선>의 보도 계획을 들은 뒤 바로 집으로 달려가 부인에게 관련 소식을 전하고 결혼이 끝났다고 통보했다.
영국 매체 <더 선>이 25일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의 불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단독 보도했다. 더 선 갈무리
행콕 장관은 애초 장관직에서 물러날 의사는 없다고 버텼지만, 비판의 초점이 불륜이 아닌 거리두기 지침을 어겼다는 쪽으로 집중되면서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행콕의 밀회 당시 영국은 부모도 한집에 살지 않으면 안아볼 수 없던 시기였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17일 규제를 완화해 식구가 아닌 사람과 포옹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유가족 단체는 존슨 총리에게 행콕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해임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유가족 단체 관계자는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행콕 장관이 봉쇄나 새로운 규제를 발표한다면 누가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 말을 듣겠나”라고 말했다.
유고브 설문조사에서는 행콕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답변이 49%로, ‘계속 있어야 한다’는 답변(25%)의 거의 2배에 이르렀다. 2018년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 30대의 젊은 나이에 보건장관에 임명된 행콕은 최근 수차례 위기를 넘겨왔으나 결국 발목이 잡혔다. 후임엔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의 첫 재무장관을 맡았던 사지드 자비드가 임명됐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맷 행콕 장관(가운데)과 지나 콜러댄젤로(오른쪽)가 201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