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이 27일(현지시각) 실시된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단 한곳의 광역단체장도 차지하지 못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낭테르/EPA 연합뉴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27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단 한곳의 광역단체장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의 대선 전략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프랑스 뉴스 전문 방송 <베에프엠 테베>(BFM TV)의 개표 집계에 따르면, 28일 오전 10시께 광역단체장 선거 개표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본토의 13개 광역 지자체(레지옹) 단체장 선거에서 공화당 등 중도보수 연합 세력이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등 7곳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사회당 등 중도좌파 연합 세력은 브르타뉴 등 5곳에서 이겼다. 지중해 섬 지역인 코르스에서는 자치주의를 강조하는 지역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5년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모두 승리한 결과다.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은 2015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6개 단체장 1위를 차지해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결선투표에서는 주류 정당의 견제로 한곳의 광역단체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강력한 지역 기반을 자랑하며 주류 정치계에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한곳에서만 1차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부진을 보였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결선투표를 앞두고 3위를 차지한 녹색당 후보가 사퇴하면서, 국민연합 후보는 우파 연합세력 후보에게 14%포인트 이상 뒤졌다. 이에 따라 극우 정당의 사상 첫 광역단체 장악도 무산됐다.
2016년 창당한 집권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은 국민연합보다 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부분의 단체장 후보들이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했고, 전국 평균 득표율도 1차 투표(11%)보다 못한 7%에 그쳤다고 <프랑스 24>는 전했다.
일간 <르몽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구세계 정당들의 설욕’이라고 평했다. 중앙정치에서 힘을 잃은 공화당, 사회당 등 전통 정당들이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선전했다는 분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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