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극히 저조한 아프리카에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최악의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각) 백신 접종 확대 촉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프리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극히 저조한 아프리카에서 델타 변이 급속 확산으로 감염자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심각한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직접 부자 나라들의 긴급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델타 변이가 아프리카 54개국 가운데 13개 나라에서 확인된 가운데, 아프리카의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사이 31% 증가한 것으로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집계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도 19% 늘면서, 아프리카 보건 전문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를 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아프리카의 신규 감염자는 17만7367명으로 기존 최고치였던 지난 1월 둘째주(17만7252명)를 넘어섰다. 그나마, 사망자는 1월 둘째주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는 가운데, 델타 변이는 우간다,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에서 가장 지배적인 변이로 떠오르고 있다. 우간다에서 최근 채취한 검체 가운데 97%에서 델타 변이가 발견됐고, 콩고에서도 79%의 검체에서 델타 변이를 확인했다. 남아공도 전체의 75% 정도가 델타 변이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는 게 공포스럽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여러 나라 정부가 의료 체계 붕괴를 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는 많은 가족들이 집중치료시설을 찾기 위해 환자를 차에 태우고 주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또 우간다의 최대 병원에서는 집중치료시설 입원자 30명이 산소 부족으로 하룻밤 사이에 모두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가 최근 세번째 대유행기에 접어들었지만, 백신 접종자는 전체 13억 인구의 1.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미 항체가 형성된 사람이 델타 변이에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남아공 넬슨만델라의대의 유전학자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는 최근 보건부 주최 기자회견에서 “재감염 위험이 아주 높다”며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프리카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지자,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이날 아프리카에 대한 백신과 긴급 자금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통화기금 블로그에 쓴 글에서 긴급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아프리카 보건 체계가 마비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즉각적인 국제 지원과 백신 접종 노력이 없으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다시 코로나 대유행에 직면할 것”이라며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경제 성장과 투자가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마디로, 지원이 없으면 아프리카는 점점 더 뒤처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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