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사무소가 28일(현지시각) 공개한 아프리카계 인종 차별 보고서에서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금전 지원을 포함한 보상 프로그램 도입을 각국에 요구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진)는 “인종 차별이 없다고 부인하지 말고, 이를 깨뜨리는 데 나설 것을 각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세계 인종 차별 조사에 들어간 유엔 인권사무소가 28일(현지시각) “여러 나라에 조직적인 인종 차별이 만연해 있다”며 “여기에는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프리카계 피해자와 공동체에 대한 금전 지원을 포함한 보상 프로그램 도입을 각국에 촉구했다.
인권사무소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혈통의 근본적 자유와 인권’ 보고서에서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권리를 일상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사무소는 아프리카계 인사 등 340명과 면담하고 각종 공개 자료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많은 나라에서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복합적인 차별이 자행되고 있다”며 이런 차별은 남·북 아메리카, 유럽에서 특히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나라에서 아프리카계 사람들은 교육, 보건, 고용, 주택 관련 혜택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인권사무소는 또 조지 플로이드 등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190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경찰들에게 인권 침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형적인 사례로, 미국의 플로이드와 브레오나 테일러 사건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브라질, 콜롬비아 등 5개국 7개 사건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모나 리시마위 인권사무소 법치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가해 경찰에 22년 6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된) 조지 플로이드 사례를 제외하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보고서는 이 밖에 벨기에, 캐나다 등을 포함한 약 60개국의 인종 차별 관련 상황도 담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리시마위 법치국장은 “이들 나라 중 과거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고 오늘날 아프리카계가 겪는 충격을 온전히 책임지는 나라를 한 나라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인종 차별이 없다고 부인하지 말고, 이를 깨뜨리는 데 나설 것을 각국에 촉구한다”며 “아프리카계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과거의 유산을 직시하며 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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