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정자은행의 냉동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비혼여성과 레즈비언 커플의 체외수정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프랑스 하원은 29일 체외수정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법안을 찬성 326표, 반대 115표, 기권 42표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프랑스 24> 등이 보도했다. 바뀐 법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43살 미만의 모든 여성에게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67%가 이 법안에 찬성했다.
현행 프랑스 법은 이성 부부에게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등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비혼여성 등은 벨기에나 스페인 등으로 가서 체외수정 시술을 받아왔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27개 국가 중 비혼여성과 레즈비언에게 체외수정을 허용하는 11번째 국가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비혼여성과 레즈비언 등에 대한 체외수정 허용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2019년에는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중도 성향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 다수인 하원은 통과했지만, 우파인 공화당과 극우인 국민연합 등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상원과 하원의 의견 불일치로 하원에서 최종 표결이 이뤄졌고, 이날 법안 제출 2년 만에 최종 통과됐다.
2019년 법안 제출 당시 파리 시내에서 가톨릭가정연합 등 보수단체가 조직한 반대시위가 열려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아이의 삶에서 아버지가 없어도 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기준점(벤치마크)도 줄 수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도 지난해 외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일본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출산해 주목받았다. 한국은 의료계 내부 가이드라인에서 부부를 대상으로 시험관 시술을 하도록 돼 있어, 비혼여성이 시술을 받는 것이 불법은 아니면서도 현실적으론 어렵다. 난임 시술 지원 역시 법적인 부부에게만 이뤄진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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