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 코로나19 방역 관련 규정 대부분을 오는 19일부터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방역 관련 규정을 대부분 해제하기로 하자,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5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거리두기 등 대부분의 코로나19 방역 관련 규정을 오는 19일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어느 나라도 시도하지 않은 수준의 방역 해제 조처”라고 전했다.
최종 결정은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상황을 본 뒤 12일 이뤄질 예정이지만, 계획이 성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영국의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 전보다 4466명 많은 2만7334명을 기록하는 등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데 따른 비판이다.
공공병원을 운영·관리하는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이번 조처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간호사노조인 왕립간호협회(RCN)의 주드 디긴스 대표 대행은 “코로나19 감염증이 19일에 일순간에 사라지지 않고, 백신이 100%의 효능을 발휘하지도 않는다”며 “정부는 정치적 방편을 위해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코로나19 관련 조언을 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의 존 드루리 교수는 “방역 조처 해제는 자유의 대가로 높은 감염률을 얻게 될 것을 분명히 알린 셈”이라며 “심한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몇명 정도면 용납 가능한 수준인지를 정치적으로 선택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국의학협회(BMA) 찬드 나그폴 회장도 “2주 안에 방역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중대 시국에 정부가 그간 이뤄놓은 방역 성과를 수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존슨 총리도 이달 중으로 신규 확진자가 5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슬프지만, 우리는 더 많은 사망자 발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존슨 총리는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의) 고리를 끊으려 많은 노력을 쏟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감염증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무엇보다 공공 보건 측면에서 둘이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보다 훨씬 더 빠르게 전파되고 유발하는 증상도 훨씬 심하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독감보다 훨씬 길기 때문에, 감염자가 다른 이를 감염시키는 기간도 더 길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자 중 사망자의 비율인 치명률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높다. 2015~2016년, 2018~2019년 발생한 세번의 독감 유행기에 독감으로 사망한 이가 잉글랜드에서 4만4505명이었는데, 비슷한 규모의 코로나19 사망자가 올해 초부터 9주 동안 발생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임상역학자 딥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미국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감기가 아니다. 감기가 16개월 만에 40만명(영국 기준)에게 만성 장애를 남긴 적이 언제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꼬집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