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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랍에미리트 왕자, 사우디 왕세자에 도전장…유가 ‘출렁’

등록 2021-07-07 14:09수정 2021-07-08 02:01

‘석유 이후’ 대비해 증산 서두르며 사우디와 갈등
중동의 경제·무역 중심지 전략 놓고도 서로 견제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 증산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제 유가를 흔드는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 증산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제 유가를 흔드는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작은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가 ‘국제 유가를 흔드는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나라는 최근 석유 수출국들의 증산 논의에 제동을 거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중동 질서에 대한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여파로 국제 유가는 한때 6년여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 회원국을 이끄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갈등으로 석유 증산 논의가 중단되면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6일(현지시각) 한때 배럴당 76.9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유가는 그 뒤 74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분석가들은 두 나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유가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펙과 러시아 등 비오펙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오펙+’는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8월부터 연말까지 매달 석유 생산량을 하루 40만배럴 규모씩 늘려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랍에미리트도 증산에 동의했지만, 자국의 생산량 할당(쿼터)이 너무 적다며 사우디 주도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오펙+가 지난해 4월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결정하면서 설정한 각국 할당량이 현실에 맞지 않은 만큼 새로 조정해 자국의 생산량을 늘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량을 둘러싼 산유국간 갈등은 과거에도 흔히 있던 일이지만, 아랍에미리트의 반발은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와의 정치·경제적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자국 최대 도시인 두바이를 중동의 관광·무역 중심지로 키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석유 시대 이후’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최근 석유 생산 능력 확충에 집중 투자했다. 석유 생산·판매량을 늘려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 당국은 ‘오펙+ 합의가 무산되더라도 잃을 게 없다’고 판단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합의가 무산되면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고 증산할 수 있고, 오펙을 이끄는 사우디의 지도력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정치적으로도 사우디와 차츰 거리를 두고 있다. 2019년 사우디가 이끄는 연합세력이 예멘 반군과 벌이고 있는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9월엔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또 최근엔 사우디가 주요 중동 국가과 갈등을 빚은 카타르와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자 우려를 표명하는 등 독자 외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도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견제에 나섰다. 지난 주말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내세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간 항공기 운항을 금지시켰다. 이와 동시에 아랍에미리트 경제 전략에서 중요한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특혜관세 폐지를 선언했다. 특히, 이스라엘 부품 등을 사용한 중동 국가 제품에 대한 관세 혜택도 폐지하기로 해, 이번 조처가 아랍에미리트를 겨냥한 것임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두 나라의 갈등은 사우디 국정을 책임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아랍에미리트 실권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자의 도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평했다. 이 때문에 오펙+가 증산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두 나라의 동맹 관계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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