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지난 3월 정부 당국자들과의 면담 뒤 해외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를 보면,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바이트댄스 창업자인 장이밍(38)이 지난 3월 초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관계자를 만난 뒤 해외 상장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사이버안보 당국은 바이트댄스 앱들이 데이터보안 규정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우려하며 회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저장하며 관리하는지 집중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의 반응을 확인한 창업자 장이밍은 정치적 환경을 이유로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기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부터 미국 또는 홍콩 증시에 회사의 상장을 추진했다. 바이트댄스의 시장가치는 1800억 달러(206조)로 추산됐다. 그러나 바이트댄스는 지난 4월23일 회사 소셜미디어 “심각한 고민 끝에 기업공개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현재로서는 기업공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중국용 앱인 ‘더우인’과 뉴스 추천 서비스 ‘진르터우탸오’ 등을 통해 중국에서만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상장 연기 소식은 최근 중국 당국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디디추싱의 선택과 대조된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앱인 디디추싱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7월1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당국은 사흘 뒤 디디추싱을 대상으로 한 국가 안보 조사에 들어갔고 디디추싱의 신규 회원 모집을 금지했다. 주요 앱 상점에서 디디추싱 앱을 내리도록 하는 조처도 취했다.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안보 우려 등을 외면한 채 미국 시장에 상장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 10일 회원 100만명 이상의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상장하려면 국가안보에 위해되는 요인이 있는지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새 규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바이트댄스가 적자 기업인 디디추싱과 달리 재정적으로 안정된 회사라는 점에서 상장을 서두르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트댄스가 지난달 회사 내부에 공지한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은 343억달러(약 39조4천억원), 총이익은 190억달러(약 21조8천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 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디디추싱은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바이트댄스의 대표 앱인 틱톡은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중 탄압을 받아 강제 매각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와중에 틱톡에 대해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미국 내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중국 기업과 이용자들의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행정 명령에 제동이 걸렸고, 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