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면역이 약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추가접종하기로 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가 각국에 추가접종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젊은이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이 면역 기능이 약한 환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하기로 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추가접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각) “전세계의 심각한 백신 공급 격차가 탐욕 때문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일부 국가들과 제약 회사들의 추가접종 움직임 중단을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화이자·모더나 등의 제약 회사를 겨냥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 추가접종 승인 로비를 하는 대신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공급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백신 국제 공동 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아프리카 백신 확보 긴급대응팀,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에 나서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 대한 추가접종이 필요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 수석 과학자는 “추가접종이 필요하다면 세계보건기구가 접종을 권고할 것”이라며 “추가접종 권고는 개별 기업들의 선언이 아니라 과학과 자료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이런 지적은 일부 제약회사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백신 추가접종 승인을 받아내려고 움직이는 와중에 나왔다고 <에이피>는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면역 기능이 약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번주부터 화이자 백신 추가접종에 들어간다고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니찬 호로위츠 보건부 장관은 심각한 면역 결핍 상태의 환자, 최근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 건강 상태가 위태롭다고 판단되는 성인들이 추가접종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부는 2차 접종 완료 뒤 4~8주 사이에 추가접종을 할 것을 권했다. 다만, 일반 성인에 대해서도 추가접종을 실시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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