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고에 푸틴 나섰나…러시아 랜섬웨어 해커단 잠적

전세계 수백개 기업 공격 혐의 해커단 ‘레빌’
바이든이 푸틴에게 ‘경고’한 뒤 활동 중지

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랜섬웨어 해커단 레빌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회사 카세야를 해킹공격하고는 7천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레빌은 13일 동연 활동을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랜섬웨어를 이용해 전 세계 수백개 기업을 공격한 해커단이 돌연 활동을 중지했다. 랜섬웨어 해커단인 ‘레빌’이 운영하는 지불 웹사이트 및 블로그가 13일 폐쇄된 것이다.

러시아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레빌의 활동 중단 동기는 알져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게 해커 공격을 고강도로 경고한 것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 언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에서 해커 공격 문제를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그 문제를 그에게 명확히 했고, 그들이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이 해커 침입자들이 사용하는 서버들에 대한 직접적인 디지털 보복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의식해 레빌에 조처를 취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시엔엔>(CNN)은 “레빌의 사이트 폐쇄가 서방 정부의 압력을 받은 인터넷 시설장비 회사들이 레빌 사이트의 웹브라우저 요청을 거부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동유럽이나 러시아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레빌이 최근 자신들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자, 스스로 활동을 중단하고 잠복기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송유관 기업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전산망을 중단시킨 러시아 해커 그룹 ‘다크사이드'가 레빌의 전신이라며, 레빌이 새로운 명칭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빌은 수백개 기업을 해킹 공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제이비에스’(JBS)에 랜섬웨어 공격을 가한 주체로 레빌을 지목했다. 레빌은 제이비에스를 공격해 1100만달러(약 120억원)를 챙겼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레빌은 또 지난 4일 회계법인, 식당, 치과 등 중소업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회사인 카세야를 해킹 공격한 혐의도 받고 있다. 레빌은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며, 7천만달러(약 792억원)를 요구했다. 사이버보안회사 체크포인트에 따르면, 레빌은 지난 두달 동안에만 일주일에 15차례 꼴로 해킹 공격을 했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